58mm 9

50mm 파리(4)

시간 앞에 서글프지 않은 것이 없다. 내가 이 지점을 통과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고 남들과 똑같은 사진을 남겼다는 흔적이 괴롭다. 누구와 다르게 살고 싶었고,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는데 결국 오디너리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일이 왜 이토록 어려운지. 누구에게나 뜨겁고 강렬하고 섹시하고 매력있고 잘나고 열정 넘치게, 다채롭게 살고 싶었지만 그냥 차가운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Leica M7, F1.4, 1/60, ISO 200, +1

도망친/프랑스 2019.01.13

뮌헨

누군가가 보내준 카톡. 하지만 이럴 때면 작년의 도교 수업에서 잊히지 않는 교수님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사실 감정은 내가 내 멋대로 부릴 수 있는 온전한 내 소유의 것이 아니라, 외부에 의해 물결치고 일렁이는 나와 세계 사이의 것이라고. 내가 오롯이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건 단지 오해이며 환상이고, 사실은 나도 절대 어떻게 할 수 없는, 바람이 불면 파도가 쳐야 하는, 그런 존재라고.

도망친/독일 2018.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