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여행 4

톨레도 4일

바로 스페인 남부로 내려갈까 톨레도를 들릴까 하다가 루트가 조금 복잡해도 들리기로 했다. 마드리드를 떠나 버스를 타고 근처 도시인 톨레도에 왔다. 버스를 예약했는데 막상 터미널에 가보니 예약한 시간에 탈 수 없었다. 그러면 다들 예약은 왜 하는지... 주목받는거를 원체 싫어하는데 사람들이 막 쳐다보니까 땀 좀 흘리고 다다음 버스를 탔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아 탑승 줄이 매우 길다. 대신 배차가 짧아 금방 탈 수 있는데 예약한 시간에 타지 못한다는거 자체가 조금 스트레스였다.) 도착해서 숙소까지 꽤 걸어가야 했는데 오르막길이라 조금 지쳤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숙소를 구해서 가서 쉬자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함께한 M은 정신과 신체가 많이 지쳐보였다. 여정이 피곤하기..

도망친/스페인 2020.07.03

마드리드 3일

유독 추위를 많이 느끼는 나이지만 마드리드도 12월은 쌀쌀했다. 일요일 아침 거리는 휑했다. 그래도 S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침으로 따뜻한 커피에 빵을 사서 미술관으로 갔다. 프라도 무료입장을 포기하고 아침 일찍부터 미술관 관람을 했다. 꽤 길게 줄을 서서 티켓팅을 하고 관람을 했는데 역시나 웅장한 사이즈, 방대한 작품들에 괜히 3대 미술관이 아니구나 싶었다. 세계 3대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고 관람을 했다. 사진촬영이 불가해서 아쉽지만 이름을 잘 알지못하는 작가들부터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뒤러 등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고야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크게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선이나 색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는데 여전히 왜 고야는 멀게 ..

도망친/스페인 2020.06.01

마드리드 2일

눈이 너무 부셔 시려울 정도로 환한 아침 햇빛이 마드리드, 츄에카를 비췄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가보는 동네를 Y와 함께 했다. 츄에카는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힙한 동네인데, LGBT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처음에는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격리되거나 쫓겨난 사람들, 이민자, 노숙자, 외국인 등이 살았다고 한다. 게이들도 그 중 하나였는데, 차별받은 그들이 모여 살면서 오히려 동네에 차별이 사라지고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에서부터 무지개가 반겨줬다. 거리 곳곳에도 무지개 깃발이 펄럭였고 카페, 가게들은 그들을 환영하고 할인도 해줬다. 츄에카는 원래 페데리코 츄에카라는 스페인의 작곡가 이름에서 따온 지명인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보적인 츄에카지만 ..

도망친/스페인 2020.05.14

마드리드 1일

우리가 지켜왔던 아름다운 감정이 흘러가는 시간을 쫓아 점점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는데, 영혼이 떠나고 껍질만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를 도무지 견딜 수 없었는데. 무엇이 나를 감싸고 있었을까. 창 너머로 당장 뭐라도 쏟아질 것 같이 어두운 베를린 하늘을 뒤로하고 주황 빛이 가득한 마드리드에 내렸다. 공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예약한 숙소로 무사히 도착해 간단하게 짐을 풀었다. 마드리드는 베를린보다 따뜻해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독일이라면 어둑해졌을 시간인데 서쪽은 확실히 해가 더 길었다. 노을이 물들이는 색이 황홀하면서 슬펐다. 해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명암의 대비도 뚜렷해졌다. 예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보이는 대로 이끌리는 대로 걸었다...

도망친/스페인 202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