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여행 5

[GUBENERSTR.17] + 434

-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 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왜 고마워 하는 것일까? - 약빨이 이제 더는 먹지 않나보다. 기운이 쭉쭉 빠진다. 오늘은 하루 종일 쳐져있었다. - 자살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살아야 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는데 죽어야 할 이유는 끝이 없다. - 그래도 일단은 이 지구에 삶에 뿌리를 내려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 홈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예약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아마 나와 비슷하게 잊혀져 사라지지 않을까. - 거금을 들여 벤앤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잘한일일까?

살아온/독일 2020.06.09

[gubenerstr.17] + 399

어제보다 더 따뜻하게 입고 나갔는데도 요란한 날씨에 꽤 추웠다. 우박도 내리고 소나기도 자주 쏟아졌다. 오늘은 서점도 들리고 밖에서 커피도 마실 겸 사진을 찍으러 조금 멀리 나갔다. 우반을 타고 로젠탈러(U8 rosenthaler)에서 내렸다. 바로 근처에 오셀롯(ocelot)이라는 서점에 갔다. 오랜만에 맡는 책 냄새가 참 좋았다. 책을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는 아무 책도 사지 않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카페(röststätte)에 가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밖에서 마시는 커피에 그냥 기분이 좋았다. 일리커피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맛은 집커피가 더 좋았다. 비오는 거리 사진들을 찍고 싶었는데 우산도 안챙겼을뿐더러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려서 몸을 좀 사렸다. 계획없이 생각없이 무작정 찍고 있는데 아직..

살아온/독일 2020.05.06

[gubenerstr.17] + 398

어제 밤에 술을 마시다가 이렇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생존을 위해 하는 행위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역시 나는 사진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오늘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50장 이상은 찍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부터 베를린의 몇몇 박물관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 오늘은 도자기 박물관에 가려고(입장료도 마침 공짜여서) 알람도 맞추고 잤는데 알람 소리도 못듣고 푹 자버렸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양송이 스프로 아점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비가 내려서 꽤 쌀쌀했다. 겨울처럼 목티도 입고 코트도 걸쳤다. 장갑은 챙기지 않았는데 손이 꽤 시려웠다. 한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찍으니까 감각이 다 죽어있었다. 사..

살아온/독일 202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