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161

[gubenerstrasse17] + 389

요새 테라스하우스에 빠져있다. 재미없다는 평을 들었어서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시청했는데 정말 푹 빠졌다. 말을 일부러 일본어로 바꿔서 말하기도 하고 감탄사는 대부분 일본식이 됐다. 중단했던 일본어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바람을 타고 라일락 향기가 짙게 풍겼다. 오늘은 반팔을 입었는데 아직 뜨겁지는 않은 햇살이 얇은 긴팔에 정말 딱 알맞았다. 여기서 조금 더 뜨거워지면 무조건 반팔이지만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긴팔을 입어야 하는게 꽤나 고역이다. 올 여름은 좀 덜 더웠으면 좋겠다. 우반을 타고 알렉산더플라츠로 나갔다. 얼마 전까지는 광장이 텅 비었었는데 그래도 꽤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케셔마크트쪽으로 걸으면서 아디다스, 프라이탁, 칼하트 등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옷 구경을 했다. 사고 싶은 아..

살아온/독일 2020.04.25

[Gubenerstr.17] + 388

5시 기상, 캄캄한 새소리, 독서, 다시 잠, 1시쯤 전화가 울려서 깸, 연락 두절에 나를 찾는 친구가 있음, 귀 더 아픔, 먹먹함, 왼쪽 귀가 잘 안들림, 이명, 어지러움 심화, 몸이 약해짐, 성한 곳이 없음, 계속 누워 있음, 그래도 잠은 잘 자는 편, 약을 먹고 쓰러진 뒤로 수면제는 중단했음, 커피 냄새가 매우 좋음, 몇일 전부터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나감, 처음으로 반팔을 입고 나갔음, 날씨 좋음, 해가 뜨거웠음, 산책 후 다시 집에 돌아옴, 여기서 하루를 보내는 이게 뭐하는 건가 싶음

살아온/독일 2020.04.24

[Gubenerstraße17] + 387

마트 다녀 오는 길, 쌀만 사오려고 했는데, 동네 한바퀴, 베를린은 22일 부터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 마스크 의무화라고 하는데 찾기 어려움, 여름이 훌쩍 다가온 느낌, 하늘의 색, 나뭇잎의 색, 아파트 페인트 색, 사람들의 색이 조화로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생각함, 죽도 밥도 아니라고 생각, 그렇지만 이곳이 아닌 어디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

살아온/독일 2020.04.24

[Gubenerstrasse17] + 386

살림을 늘리고 싶은 욕구가 매일 솓구치지만 버린 신발과 옷들을 생각하며 아직은 잘 참고 있다. 무엇보다 언제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짐을 늘리면 안된다. 또 이사를 했고 근 한달만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어 집 내부를 찍었다. 오래된 집이다. 이곳 저곳이 낡고 녹슬고 망가져있다. 조금 춥기도 하고. 그렇지만 고상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은 가구들이 방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부엌으로 아침 해가 들어오는데 그 환한 빛이 하루를 활기로 채워준다. 머물수록 더 오래 남고 싶은 욕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들, 서늘한 계단과 정원이 어느새 편하고 좋아졌다. 아무래도 오래돼서 사는 사람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집인데 내 집이 아니어서 내가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도 날 편하게 해준..

살아온/독일 2020.04.21

[potsdamerstrasse 63] + 359

드디어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지하철 역 찍기를 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사람이 정말 없었다. 사람이 없는 텅 빈 역사와 지하철을 찍고 싶었었는데 운이 좋았다. 오늘은 3호선을 찍었는데 앞으로 쭉 이어나갈지 여기서 그만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처음부터 3호선을 고른 이유는 어디선가 3호선이 예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서였는데 막상 쭉 보니까 별로 예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완료했으니 찍은 사진들은 잘 편집해서 책으로 내야겠다. 사진들은 잘 간직하다가 책으로 내고 나면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업로드한 사진들은 사진집과는 무관한 사진들로 골랐다. 베를린 지하철은 유리창에 패턴이 있어서 밖에서 내부가 잘 비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찍고 싶은 사진 중에 한 부류는 잘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3호선은..

살아온/독일 2020.03.26 (6)

[potsdamerstraße 63] +353

베를린으로 이사해서 먹고 자는게 전부. 대부분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그나마 장사하는 곳도 3시까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변경됐다. 지금 당장 가고 싶지만 비행편이 없어서 마냥 여기에 묶여 있어야 한다. 독일 생활도 내 삶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기차에서 쓰러지고 집에 와서 죽을 뻔한 뒤로 약 중단. 술을 안마시면 되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 약을 그만 먹기로 했다. 약을 안먹으니까 확실히 죽는 생각이 잦아졌다. 잦아진 정도가 아니라 하루 종일 죽는 생각. 내가 가진 모든 걸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버릴게 남아 있지 않다. 나 자신만 남았다.

살아온/독일 2020.03.20 (7)

[zimmerstrasse 14] +287

비자 받고 처음으로 남기는 기록이다. 수기는 다이어리에 남아있지만 블로그는 정말 오랜만, 그리고 어쩌면 거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곳에서의 기록. 그간 많은 사건들을 통과했다. 부서지고 깎이고 깨지는 아픔이 가득했다. 실패를 반복하는 매일이었다. 그래도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견디며 지냈다. 어느 문장,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고 무엇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장소들을 지나왔다. 아오 안쓰다가 쓰려니까 뭐가 떠오르지가 않는다. 자판이 너무 어색해졌다. 다시 친해져야지. 일단 오늘 진짜 오랜만에 산책을 다녀왔다. 짐 싸다가 집 앞에 아주 맛 좋은 커피 집이 있어서 커피를 들고 바람부는 강변을 걸었다. 칙칙한 독일 아쥬 좋다^^^ 이 동네 정말 좋은뎁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웠다. 어쩌면 ..

살아온/독일 2020.01.15 (4)

[zimmerstrasse14] + 196

오늘 드디어 비자를 받았다. 12:15분에 예약이었는데 15분? 전에는 도착해서 미리 기다렸다. 서류를 준비하긴 했지만 내 생각에 완벽하지 않아서 엄청 초조 불안 걱정 온갖 잡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141호에 들어가니까 마치 전에 와본 곳 처럼 편안하고 순탄했다. 베암터도 너무 친절했고 베암터가 하는 말 완전 다 알아듣고 나도 말이 술술 나왔고. 10분 정도만에 모든 일이 끝났다. 다행히 걱정했던 일들, 예상했던 질문들은 없었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앞으로 2년은 더 있을 수 있게 됐다.

살아온/독일 2019.10.17 (4)

[zimmerstraße14] + 189

인스타그램에서 3년 전 오늘이라고 알림을 보냈다. 3년 전 요맘 때 나는 꽤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날씨는 지금처럼 흐리고 추웠나보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이 여전히 독일이 어렵고 낯설고 적응 중이다. 조금 다른 점은 파이팅이 넘쳤다? 밝은 미래를 꿈꿨다? 오전 늦게까지 자고나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쉬었다. 점심먹고 짐을 챙겨서 카페에 갔다. 망고스무디를 마셨고 사진 정리를 하는데 메모리 하나가 뻑나서 매우 당황했다. 지금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늘은 재운이랑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재운이가 쾰른에 가서 늦게 오기도 했다. 혼자라도 가려고 했는데. 테디는 베트남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카페에서 헤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에어비앤비 게스트도 맞았다. 예능으로..

살아온/독일 2019.10.0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