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161

[GUBENERSTR.17] + 434

- 살아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 들었다. 그들은 나에게 왜 고마워 하는 것일까? - 약빨이 이제 더는 먹지 않나보다. 기운이 쭉쭉 빠진다. 오늘은 하루 종일 쳐져있었다. - 자살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살아야 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는데 죽어야 할 이유는 끝이 없다. - 그래도 일단은 이 지구에 삶에 뿌리를 내려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 홈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예약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아마 나와 비슷하게 잊혀져 사라지지 않을까. - 거금을 들여 벤앤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잘한일일까?

살아온/독일 2020.06.09

미니잡 1주차

- 첫 주차는 프로베기간이었다. 수요일(4시간), 토요일(4시간), 일요일(4시간) 총 12시간을 일했다. 다행히 모두들 친절하게 잘 알려줘서 빨리 배울 수 있었다. 매장에서 독일어와 영어로 소통하는게 아직 많이 어렵지만 한국인이 더 많아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고 친해지면 나아질거라고 생각했다. -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갔는데 정말 정시에 시작했다. 미리 가서 살짝 안절부절했지만 남는 시간에 메뉴를 숙지했다. 주방에는 Y와 N이 있었다. 처음 업무를 가르쳐준 Y는 '할 땐 하는 사람' 같았다. 바쁜 점심 러쉬가 끝나고도 조금 빡빡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편했다. 처음부터 풀어지기보다는 확실하게 제대로 배우기를 선호한다. 중간중간 농담도 하고 특히나 칭찬을 엄청 잘해줬다. 조금만 나아져도 칭찬을 쏟아부었다..

살아온/독일 2020.06.08

[gubenerstr.17] + 426

- 블로그에 오랜만에 들어왔다. 그동안 트위터에 빠져 거기에 짤막한 생각들을 옮겼는데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곳은 이곳인듯. - 스모킹에 빠졌다. - 집에 친구를 초대했다. 아마 마지막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죽은 친구가 보고싶다. - 주말에 꽃을 사왔는데 분명 아침까지 팔팔했는데 폭삭 시들어간다. 인생같아 서글펐다. - 알바를 구했다. 이번 주에 견습기간을 가지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 집에서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렵다. 그래도 홈스튜디오는 생각할 수록 즐겁다. - 돈이 다 떨어지면 죽으려고 했는데 전시 때문에 아직은 그럴 수가 없다. '전시'같은 '이유'가 또 생길까? - 글래스고 아트 스쿨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 가지튀김과 고로케, 파스타를 해먹었다. -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살아온/독일 2020.06.01

[gubenerstrasse17] + 415

어제 수면제를 먹었는데도 잠에 못들다가 4시 정도에 잤다. 중간에 몇 번씩이나 깨면서 뒤척였는데 시계를 확인하니 거의 두시였다. 버터로 구운 바게트에 토마토와 치즈를 얹어서 첫 끼를 때웠다. 토마토도 갈아서 마셨다. 약을 먹고 밖에 나왔다. 날이 완전히 맑았다. 온도도 꽤 높았다. 나는 검은색 목티를 입었다. 검은 구두를 신고 싶었는데 가진 신발은 갈색과 하늘색 두 종류 뿐이었다. 집 밖을 나와보니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웠다. 내가 제일 더워보였다. 그래도 나는 덥지 않았다. 그들의 옷차림 만큼 기분 좋은 날씨에 전시장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도중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마셨다. 공휴일이었는데 문을 연 가게가 많았다. 아이스메뉴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플랫화이트를 마셨다. 카페인에 빠..

살아온/독일 2020.05.22

[GUBENERSTRASSE17]+404

셧다운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어서 혹시나 벼룩시장도 하지 않을까 해서 마우어 파크에 갔다. 가는 길에 빵집(zeit für brot)에서 시나몬,초코빵을 샀다. 벼룩시장은 아직 닫혀있었다. 언덕배기에서 가져온 아이패드로 책을 읽었다. 테라스하우스도 봤다. 처음엔 해가 너무 강렬해서 땀이 났는데 금새 구름이 생기고 시원해졌다. 공원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다들 코로나는 별 신경 안쓰나보다. 집에 돌아와 계속 긁었다. 얼마 태우지도 않았는데 자외선이 강했나보다. 괴로운 여름이 시작됐다. 몸을 가릴 수 있는 적당한 옷이 없어서 하나 사야하나 고민이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알았다면 버리지않고 챙겼을텐데. 참 예측불가능이다.

살아온/독일 2020.05.10

[gubenerstr.17] + 399

어제보다 더 따뜻하게 입고 나갔는데도 요란한 날씨에 꽤 추웠다. 우박도 내리고 소나기도 자주 쏟아졌다. 오늘은 서점도 들리고 밖에서 커피도 마실 겸 사진을 찍으러 조금 멀리 나갔다. 우반을 타고 로젠탈러(U8 rosenthaler)에서 내렸다. 바로 근처에 오셀롯(ocelot)이라는 서점에 갔다. 오랜만에 맡는 책 냄새가 참 좋았다. 책을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는 아무 책도 사지 않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카페(röststätte)에 가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밖에서 마시는 커피에 그냥 기분이 좋았다. 일리커피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맛은 집커피가 더 좋았다. 비오는 거리 사진들을 찍고 싶었는데 우산도 안챙겼을뿐더러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려서 몸을 좀 사렸다. 계획없이 생각없이 무작정 찍고 있는데 아직..

살아온/독일 2020.05.06

[gubenerstr.17] + 398

어제 밤에 술을 마시다가 이렇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생존을 위해 하는 행위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역시 나는 사진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오늘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50장 이상은 찍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부터 베를린의 몇몇 박물관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 오늘은 도자기 박물관에 가려고(입장료도 마침 공짜여서) 알람도 맞추고 잤는데 알람 소리도 못듣고 푹 자버렸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양송이 스프로 아점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비가 내려서 꽤 쌀쌀했다. 겨울처럼 목티도 입고 코트도 걸쳤다. 장갑은 챙기지 않았는데 손이 꽤 시려웠다. 한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찍으니까 감각이 다 죽어있었다. 사..

살아온/독일 202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