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256

톨레도 4일

바로 스페인 남부로 내려갈까 톨레도를 들릴까 하다가 루트가 조금 복잡해도 들리기로 했다. 마드리드를 떠나 버스를 타고 근처 도시인 톨레도에 왔다. 버스를 예약했는데 막상 터미널에 가보니 예약한 시간에 탈 수 없었다. 그러면 다들 예약은 왜 하는지... 주목받는거를 원체 싫어하는데 사람들이 막 쳐다보니까 땀 좀 흘리고 다다음 버스를 탔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아 탑승 줄이 매우 길다. 대신 배차가 짧아 금방 탈 수 있는데 예약한 시간에 타지 못한다는거 자체가 조금 스트레스였다.) 도착해서 숙소까지 꽤 걸어가야 했는데 오르막길이라 조금 지쳤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숙소를 구해서 가서 쉬자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함께한 M은 정신과 신체가 많이 지쳐보였다. 여정이 피곤하기..

도망친/스페인 2020.07.03

35mm NewYork

leica M7 summilux 50mm ektar100 엑타 100은 처음 써보는 필름이었는데 결과물에 상당히 만족한다. 다른 사용자들의 후기나 사진들을 봤을 때 예상했던 사진들과는 조금 달리 콘트라스트가 생각보다 덜 강하고 발색도 좋다. 명부 암부도 잘 표현되어 디테일이 무너지지 않아서 좋다. 해가 쨍쨍한 날씨였는데도 하늘과 바다의 푸른 표현이 잘 됐다. 다만 입자감이 생각보다 곱지는 않고 이 엑타 특유의 마젠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난감하긴하다. 몬탁은 이터널선샤인의 장소로도 잘 알려져있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가는 길에 영화를 또 봤다. 언제봐도 몇 번을 봐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다. 유독 겨울바다를 좋아하는데 가을에서 겨울,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항..

도망친/미국 2020.06.20 (3)

마드리드 3일

유독 추위를 많이 느끼는 나이지만 마드리드도 12월은 쌀쌀했다. 일요일 아침 거리는 휑했다. 그래도 S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침으로 따뜻한 커피에 빵을 사서 미술관으로 갔다. 프라도 무료입장을 포기하고 아침 일찍부터 미술관 관람을 했다. 꽤 길게 줄을 서서 티켓팅을 하고 관람을 했는데 역시나 웅장한 사이즈, 방대한 작품들에 괜히 3대 미술관이 아니구나 싶었다. 세계 3대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만큼 자부심이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고 관람을 했다. 사진촬영이 불가해서 아쉽지만 이름을 잘 알지못하는 작가들부터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뒤러 등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고야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크게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선이나 색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는데 여전히 왜 고야는 멀게 ..

도망친/스페인 2020.06.01

마드리드 2일

눈이 너무 부셔 시려울 정도로 환한 아침 햇빛이 마드리드, 츄에카를 비췄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가보는 동네를 Y와 함께 했다. 츄에카는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힙한 동네인데, LGBT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처음에는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격리되거나 쫓겨난 사람들, 이민자, 노숙자, 외국인 등이 살았다고 한다. 게이들도 그 중 하나였는데, 차별받은 그들이 모여 살면서 오히려 동네에 차별이 사라지고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에서부터 무지개가 반겨줬다. 거리 곳곳에도 무지개 깃발이 펄럭였고 카페, 가게들은 그들을 환영하고 할인도 해줬다. 츄에카는 원래 페데리코 츄에카라는 스페인의 작곡가 이름에서 따온 지명인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보적인 츄에카지만 ..

도망친/스페인 2020.05.14

마드리드 1일

우리가 지켜왔던 아름다운 감정이 흘러가는 시간을 쫓아 점점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는데, 영혼이 떠나고 껍질만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를 도무지 견딜 수 없었는데. 무엇이 나를 감싸고 있었을까. 창 너머로 당장 뭐라도 쏟아질 것 같이 어두운 베를린 하늘을 뒤로하고 주황 빛이 가득한 마드리드에 내렸다. 공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예약한 숙소로 무사히 도착해 간단하게 짐을 풀었다. 마드리드는 베를린보다 따뜻해서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독일이라면 어둑해졌을 시간인데 서쪽은 확실히 해가 더 길었다. 노을이 물들이는 색이 황홀하면서 슬펐다. 해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명암의 대비도 뚜렷해졌다. 예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보이는 대로 이끌리는 대로 걸었다...

도망친/스페인 2020.05.08

NEW YORK + 29

친구B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갔다. 다른 친구A의 학생증으로 입장료 5달러만 냈다. 학생증을 빌려준 친구A는 학교에 가서 같이 못왔다. 계획은 메트갔다가 모마를 가는거였는데 메트에서 시간을 너무 오래보냈다. 그만큼 좋았다. 특히 뭉크 그림이 있어서 반가웠고 하삼의 그림도 반가웠다. 새로 접하게 된 미국 작가들이 많았다. 혼자 갔다면 더 오래 있었을텐데 살짝 아쉽기도 했다. 워낙 규모가 방대해서 현대예술은 몇 작품 보지도 못했다. 미술관 앞에서 한국 노래를 연주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친구가 전에 왔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군복무를 한 듯 했다. 나보다 더 한국을 사랑해보였다. 미술관을 나와서 친구 사진을 좀 찍어주고 센트럴 파크를 오른쪽에 끼고 5번가를 쭉 내려왔다. 비가 왔었는데 그치고 나서 해..

도망친/미국 2020.05.04

NEW YORK + 28

수면제와 감기약을 먹고 정신없이 자면서 깨면서를 반복하다가 느즈막히 일어났다. 다들 안추운 날씨라고 했지만 추위를 유독 많이 타는 나는 많이 추웠다.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들은 먼저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갔고 나는 그 뒤에 만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에서 간단한 요기 거리를 사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스타벅스에서 먹었다. A는 학교와 비자 문제 때문에 매우 심각했다. 미국은 얄짤없이 바로 추방이라서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했다. 거의 하루 종일 표정이 안좋았다. 걱정이 많아 보였다. 나와 B는 어쩔 줄 몰랐다. 괜찮아질거라고 잘 될거라고 위로의 말들을 계속 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A가 나와 B를 즐겁게 해주려고 엄청 노력했다. 강해보였던 A가 눈물을 흘릴 땐 같이 속상했다. A의 친구와 훠..

도망친/미국 202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