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영국 17

글래스고 9일

드디어 마지막. 길었던 여행을 마치는 날이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날. 아침은 자느라 못먹었다. 밤에 잠을 늦게 자는 바람에 알람을 꺼버리고 그냥 잤다. 그래도 개운하게 자서 기분은 좋았다. 비도 그쳤고 떠날 일만 남았다. 글래스고를 더 자세히 들여다 봤어야 하는데 귀찮음에 방에만 있어서 아쉬웠다. 떠나기 전이라도 조금 둘러보려고 매일 나갔던 뷰캐년, 센트럴 스테이션 주변을 걸었다. 글래스고를 돌아다니면 제일 쉽게 볼 수 있는 슬로건이 'PEOPLE MAKE GLASGOW'였는데 그래서 사람들을 좀 찍어보려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갔다. 이상하게 나는 사람찍는 일이 부끄럽기도 하고 민감한 부분이기도 해서 찍기를 꺼려하는데 오늘은 그냥 찍기로 마음먹고 찍었다. 글래스고 사람들은 더 에너지가 넘쳤다. 뭔가..

도망친/영국 2017.07.03

글래스고 8일

이곳 조식은 7-9시였다. 아침을 왜 이렇게 빨리 먹니 불평하며 일찍 일어났다. 스코틀랜드식 아침 식사가 나왔는데 애버딘보다 더 잘나왔다. 거의 처음으로 왔는데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뉴스로 일기예보를 봤다. 아침에 뉴스를 본 적이 언제였더라. 이런 여유있는 아침을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천천히 식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밖에는 비가 내렸다. 창을 올려 비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누웠다.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 꽤 많이 내려 방에 있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오늘은 [남과 여], 공유 씨와 전도연 씨가 주연인 영화다. 보고나서 클로저랑 묶어서 리뷰를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겨울에 핀란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영화를 보고도 비는 계속 내렸다.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인데 방에..

도망친/영국 2017.07.03

글래스고 7일

스카이 섬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인버네스에서 글래스고로 내려왔다. 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 정도를 달렸다. 미리 예매했으면 싸게 했을텐데 하루 전날에 표를 예매해서 20파운드나 줬다. 그 전에는 13파운드였는데...아깝보통 버스를 타면 항상 잤는데 이번엔 잠이 안왔다. 영화를 보기도 했고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고보니 애버딘에서 인버네스 갈 때도 안잤던거 같다.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런가. 골이 아프다. 오늘은 [클로저]를 봤다. 낯선 이에서 가까운 사이로, 다시 낯선 사람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일단 배우들 연기가 엄청나다. 2시간이 순삭. 나중에 영화에 대해 리뷰하면 좋을텐데. 생각만 넘치지 실천은 없다. 나원참. 영화를 보면서 나를 참 많이 봤다. 글래스고에 가려면 퍼스에서 ..

도망친/영국 2017.07.01

인버네스 6일

인버네스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스카이 섬에 가기 위해서였다. 인버네스를 거점으로 하이랜드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날씨가 여행하기에는 딱히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냥 아쉬움으로 남기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 했다. 오늘은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늘어져 하루를 보냈다.어제 마트에서 사온 감자, 계란, 과일, 스프, 차로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로비에 앉아서 뭐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일본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난다]를 봤다. 스토리가 개연성이나 짜임새가 부족하긴 했지만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영상도 아름다웠다. 정말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영화였다. 길게 리뷰하고 싶은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니까 다음에..

도망친/영국 2017.06.29

인버네스 5일

또 떠난다. 잠시 머무른 애버딘 역시 정겨운 도시다. 그치만 오래 머물렀다면, 이 도시를 더 알게됐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시시해졌거나 실증이 났을지도 모른다. 잠시 스쳐 지나듯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도시를 떠난다. 맛있는 아침,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 차가운 바다, 흥 넘치는 사람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던 애버딘.애버딘을 떠나 버스를 타고 네시간, 인버네스로 간다. 꽤 긴 이동시간에 지레 겁먹고 지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해본다. 버스에 타기 전 비가 살짝 내리고 바람이 분다. 축구바지를 입고 있는데 조금 춥다. 축축한 공기에 무거운 바람을 맞으니 괜히 마음이 시리다. 겨울처럼. 아마 잘못한 일들이 많아서 나로 인해 상처받은 누군가의 서글픔이 바람을 타고 이제야 전해지나보다. 어쩌면..

도망친/영국 2017.06.28 (2)

애버딘 4일

애버딘은 숙박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대안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저렴한 숙소를 고르다가 아침식사를 주는 숙소를 잡았다. 숙소 리뷰에선 스코틀랜드식 아침식사가 끝내준다고 했다. 기대반 설렘반으로 아침을 맞았다. 식사 시간이 짧아서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식당에는 어제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해주던 친구가 아닌 다른 친구가 있었다. 적당한 머리 길이에 수염을 매력적으로 기른 청년이었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건네고 아침 종류에 대해 설명해줬다. 구운 소세지, 구운 베이컨, 메주 콩, 계란이 한 접시에 제공된다. 당연히 뷔페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설명을 마치고 스코틀랜드 특유의 억양으로 '우쥴라잌브뤸퍼스트?'라고 물어봤다. 슈얼~와이낫! 아침은 이 외에 빵..

도망친/영국 2017.06.27 (2)

애버딘 3일

개운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침대 옆 선반에 핸드폰을 가져와 시간을 보니 7시였다. 푹 잤다고 느꼈는데 이른 시간이라서 당황했다.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잠을 더 자보려 노력했지만 이미 충분히 잠을 잤다고 판단한 내 몸은 활동하고 싶어 이곳 저곳을 쑤셨다. 성화에 못이겨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보통 나는 떠나는 날, 느즈막히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여유롭게 이동하려고 한다. 오늘은 에딘버러를 떠나 애버딘으로 가는 날이다. 그래서 천천히 기차역으로 가려고 했건만 너무 이른 시간에 깨버렸다. 아침부터 뭘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칼튼 힐에서 에딘버러의 아침을 감상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칼튼 힐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필름 카메라를 챙기고 가벼운 차림으로..

도망친/영국 2017.06.2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