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독일 36

Würzburg

프라하 같기도 하이델베르크 같기도 파리 같기도. 처음 왔지만 익숙한 도시였다. 특히 코헴이 많이 생각났다. 도시는 썰렁했다. 인적이 거의 없었고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코로나 때문인지 연휴여서인지 알 수 없었다. 뜨문뜨문 해가 떴지만 추위가 가시지는 않았다. 거리를 헤매다가 문을 연 빵집이 있어서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아침을 먹었다. 교회 앞 광장에는 비둘기와 바람만 공허하게 날렸다. 여름에 왔다면 와인도 마시고 예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겠지만 겨울도 나름 운치가 있었다. 도시를 조금 더 탐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도 파악할 수 없는 생각들과 함께 그냥 이리저리 걷고 걸었다. 오랜만에 걸어서 다리가 아팠다. 오랜만에 사진도 몇 장 찍었다. 하루는 즐..

도망친/독일 2020.12.27

함부르크

하루는 비가 내렸고 하루는 해가 떴고 하루는 오락가락했다. 비를 맞으며 걷고 내리쬐는 햇살을 만끽하고 느닷없이 부는 바람을 피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우박이 내렸다. 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사진은 많이 못찍었지만 영상을 많이 담았다. 맛있는 커피와 예쁜 공간을 찾아다녔다. 하루는 비를 맞다가 텅 빈 술집에서 생맥을 마셨다. 파리 카페에서 영국식 아침을 먹었다. 소세지, 햄버거를 먹었고 중국식당은 두 번 갔다. 필하모니는 방문하지 못했고 미술관에서는 오래 머물렀다. 베를린에서 가져온 딸기와 블루베리는 맛이 없었다. 맨발에 워커를 신고 슈퍼를 다녀왔다. 페니에서 판트도 했다. 과자, 젤리에 맥주를 마셨다. 뒤셀도르프에서 먹던 아이스크림을 샀다. 4개를 남기고 버렸다. 많은 대화를 주고..

도망친/독일 2020.03.20

슈파이어2

이제 해가 확실히 늦게 뜬다. 가을이 점점 오고있다. 여섯시에 일어나서 동네를 한바퀴 또 돌았다. 아직 하루를 시작하기 전이라 매우 한산하고 조용했다. 어제 저녁과는 또 다른 분위기에 새로운 곳 같았다. 밤에는 보지 못했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어디가 좋을지 머리 속으로 상상했다. 그 포인트에서 찍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이미지를 그려보는게 큰 도움을 준다. 숙소에서 5유로에 아침을 제공하는데, 갓 구운 빵, 직접 만든 여러 종류의 잼들, 버터, 갓 짜낸 쥬스, 뮈슬리, 소세지, 햄, 과일 등등 독일식 아침이었다. 있는거 전부 다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 실패했다. 아침에 산책하며 너무 여유를 부렸다. 식 전에 한시간 반 갸랑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진행했다. 독일 암트에서 하는 결혼은 처음이라 신..

도망친/독일 2019.08.12

슈파이어 1

결혼식 촬영이 있어서 슈파이어라는 도시에 다녀왔다. 하루 전에 내려가서 도시 분위기도 보고 사진 스케치도 딸겸 저녁 먹고 시가지를 좀 둘러봤다. 정말 작은 도시였지만 마음에 쏙 들었다. 어둠이 서서히 깔리는 저녁, 가로등 불빛, 선선한 바람, 분위기 좋은 식당들, 산책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로맨틱했다. 특히나 나이 드신 분들이 쌍을 이루어 걷는 모습,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들을 정말 많이 봤다. 가슴 어딘가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걷다가 그냥 보도블럭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 아이스크림 사먹는 사람들 구경, 수다 떠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이 도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촬영을 하기에 적합한 감성은 충분하게 충전했다! 카페와 식당을 채워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집에 가고 거리가 텅 비어갈 때 즈음에 ..

도망친/독일 201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