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조각, 결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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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계획은 1년이었는데 6개월 만에 인스타그램을 다시 깔았다. 아직 나를 기억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근황과 안부를 궁금해했다. 뭐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하면 다들 의아해하거나 조금 당황하는 거 같았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지금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뭐가 많이 결핍된 사람처럼 보이나 보다. 모두에게 내 어려움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구구절절 설명하기가 귀찮았다. 내가 우울하고 힘든건 외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여서 말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다가 또 몇 개월간 잠수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아예 사라진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는 때가 오지 않을..

꿈, 조각, 결 2020.11.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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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의미 없는 기록을 다시 하기로 했다. 순간에 떠오르는 대로, 뭘 지켜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자유롭고 편하게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보기로 했다. 노트에 적을까 하다가 나중에 엄마나 아빠가 볼 수 있을까 그러면 나를 조금 더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몇 개월을 방치했던 블로그를 좀 고쳤다. 블로그 이름도 바꾸고 닉네임도 바꿨다. 지금 나에게 어울리는건 추락 하강 소멸 죽음 침전 뭐 이런 류의 단어들이다. 마지막까지 익카루스를 고민했지만(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를 동경한다) 그냥 이름으로 닉네임을 바꿨다.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말은 이제까지 솔직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다. 덜 솔직했다는 그 벌로 나는 얼굴..

꿈, 조각, 결 2020.11.08 (2)

파리사진

〈봉쾨르 호텔〉로 가는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 제르베즈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길은 담장을 따라 하수용 도랑이 흐르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이었다. 그녀가 재회한 이 악취는 거기서 랑티에와 함께 보낸 2주일, 가난과 말다툼의 2주일을 생각나게 했는데, 이제는 그 추억조차 가슴 아픈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이 세상에 홀로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목로주점

꿈, 조각, 결 2020.07.31

그리움도 병

바람이 또 왜이리 부나 봄꽃도 벌써 지는데 걷다가 올려다본 하늘 어쩌면 저리도 푸른가 구름이 또 흩어지려네 왜 그냥 있지를 못하고 어느 것 내 맘대로 하나 담을 수도 없는 오늘은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고 또 걸어 지칠 때쯤 되면 벌써 주저앉은 그곳에서 너를 지워버리련다 하루가 또 가려고 하네 왜 그냥 머물지 못하고 어느 것 내 맘대로 하나 잡을 수도 없는 오늘은 그냥 손길 닿는 대로 지워 또 지워 아무것도 없이 비워진 방 한구석 차가워진 공기를 외면하면서 그리움이 병이 되려나 이렇게 노래가 되어서 떨어진 꽃잎처럼 여기저기 쓸려 낮은 신음을 뱉는다 그리움이 병이 되려나 https://youtu.be/rU4XXBqe5H4

꿈, 조각, 결 2020.07.13 (1)

제목없음

죽음의 문턱에 섰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매일이 고비를 넘기는 기분이다. 어제 밤에는 특히 더 심했다. 한번에 터트리지 않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눈물을 흘렸는데도 어제는 이상하게 끝없는 울음이 터졌다. 엉엉 울었다. 모든걸 정리하고 떠나는 느낌이었다. 후련한게 너무 슬펐다. 수면제를 털어 넣고 브로콜리너마저, 이소라, 검정치마의 노래들을 귀에 끝없이 들려주고 정밀아의 노래를 들으면서 잠들고 싶었다. 잠들고 싶었다. 영원히. 깨지 않고 싶었다. 지우고 다 지우고 비우고 비워지고 싶었다. 마음의 소리들을 외면하고서.

꿈, 조각, 결 2020.06.27

퇴근후

철저하게이방인인이도시에서살아남은어느여름밤 가족과친구와카페레스토랑바에서그들만의시간을보내는모습 그들에게는너무평범한일상이지만내게는가질수없는웃음눈물그무엇이라고하던간에내게는없는거 신해경노래가더외롭고쓸쓸하게느끼게한다 가져본적없는그댈추억하는일이전부인이도시에서 길게늘어선햄버거를먹으려는사람들을뒤로하고 하루의어디쯤내생애의어디쯤왔을까 마약을팔려는흑인들의헬로밖에없는철저하게외로운이도시의어디쯤

꿈, 조각, 결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