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조각, 결 184

오늘 친구를 사귀었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 친구는 케잌을 만든다.처음에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당황한듯한 어색한 미소를 보였지만, 이내 밝은 미소를 지어줬다. 한국에 온지 8개월, 1년짜리 비자를 받았다고 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4개월 더 있을 예정이고 비자 연장을 원한다.반죽하는 손이 분주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다음에 올 때는 사진을 뽑아서 주면 좋겠다. 사진을 주면 소년처럼 기뻐할 것 같다. 바빠 보여서 다음에 또 얘기나누기로 하고 반죽을 하고 있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손을 닦은 그의 손이 참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도, 한국이라는 나라도 따뜻했으면 좋겠다.

꿈, 조각, 결 2015.12.20

nomad

Are you mad? 베트남 여행을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이다. "또 가?"벌써 올해만 일본, 유럽, 제주도를 다녀왔다. 거기에 모아둔 돈으로 이것 저것 사면서 돈을 좀 쓰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마냥 놀고싶어서, 학교 다니기 싫어서 혹은 조금 생각이 없는 철부지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 미치지는 않았다.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능동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방식과 방법으로 재밌게 살고 싶다. 나는 이것을 여행에서 찾았다. 그래서 떠난다."Are you mad?"라는 질문에 "Nomad"라고 답하고 싶다.사실 nomad는 유목민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다. 프랑..

꿈, 조각, 결 2015.12.18 (3)

뮤지컬

오늘 진짜 추웠다.🙀이렇게 추운 날은 집에 있어야 하는건데 난 대학로까지 연극을 보러갔다. '군수선거'라는 뮤지컬이었고 뽕짝 뮤지컬이라고 했다. 옆에 걸려있는 빨래도 보고싶다. 오래전에 봤던 연극인데 따뜻한 여운이 아직도 깊이 남아있다. 연극에 대한 줄거리는 생략(...)가장 깊이 느꼈던 것만 남겨야겠다. "이건 아닌디...참말로 이건 아닌디..."나훈남 군수 후보가 마지막 연설을 시작하는 말이다. 이 대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도로를 내고, 다리를 놓고, 학교와 병원이 들어서고...조금 편리해지고 윤택해졌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것이 복지는 아니다. 참된 행복을 줄 수 없다.그 안의 사람을 돌보지 않는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소외되고 있다면...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연극에서 ..

꿈, 조각, 결 2015.12.17

시린 날, 손 끝에 닿은 따스한 한 줄

희망찬 사람은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그 자신이 새 길이며 참 좋은 사람은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속에 들어있다사람안에 시작된다 다시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 - 박노해 시청 도서관에 적혀있는 글귀와 광장에 설치된 트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 성탄의 의미를 생각한다. 예수가 이 땅에서 행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화해와 용서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던 것이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었나.이곳 시청광장에 용서와 화해를 통한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도한다.박노해씨의 시처럼, 사람만이 희망이다.

꿈, 조각, 결 2015.12.14

지팡이

신이시여,커다란 곤경이 내게 임했습니다.근심이 나를 암살하려고 합니다 나는 할 바를 알지 못합니다신께서 은혜와 도움을 주옵소서당신이 주시는 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옵소서두려움이 나를 지배하지 말게 하옵시고아버지처럼 나의 가족과 처자들을 돌보아 주옵소서 자비로우신 신이시여,내가 당신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범한모든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당신의 은총을 신뢰하고당신의 손 안에 나의 온 생을 맡깁니다당신의 뜻에 합당하고또 나에게도 유익하게 나를 만드소서 살든지 죽든지 나는 당신 안에 있습니다그리고 나의 신이신 당신은 나와 함께 계십니다주여, 당신의 구원과 당신의 나라를 나는 기다립니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꿈, 조각, 결 2015.12.12

기도

삶의 무게라는 옷을 입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고, 집으로 돌아온다.옷을 벗고, 몸을 닦아도 그 무게는 벗어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다시 그 옷을 입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가끔 샤워를 하고 입었던 속옷을 입을 때가 있다. 생각보다 찝찝하다. 속옷이 더러워진 것이 아니어도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다.나는 어릴적 명절이나 중요한 날 전에 목욕탕을 가곤 했다.묵은 때를 벗겨내고 말끔하게 몸을 닦은 후 새옷을 입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땐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그렇다. 몸을 닦은 후에는 청결한 옷을 입는게 맞다. 그게 어울리는 것이다.살다보면 얼룩덜룩 때도 묻고, 살아있으니 이럭저럭 때도 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럴 수 없다.왜냐하면 나에겐 중요한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

꿈, 조각, 결 2015.12.12

수업료

등록금과 카메라를 바꿨다.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후회할까? 아, 우리에게 나중을 보장할 수 있었던가?처음 남대문에서 카메라를 사서 사진 찍으러 다녔을 때 만큼 기쁘고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에 산 카메라 가격이 비싸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등록금과 바꿨으니 불안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돈과 행복의 관계는 참 알 수 없다. 이왕 비싸고 좋은 카메라 샀으니 가능한 오래 써야겠다.첫 카메라로 찍은 것은 우연하게도 서점 풍경이었다. 메모리 카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방황하다가 간 곳이 서점이었다. 인터넷이 훠얼씬 싸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메모리 카드를 하나 구매하고 서점에서 책 읽는 사람들을 담았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꿈, 조각, 결 2015.12.11

생각하자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만난 책.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펼쳐보지도 않았다. 내 안에 질문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나는 굉장히 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살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퀘스쳔] 처럼 삶의 여러가지 주제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했다.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질문들을 안하는 '나'를 발견했고, 이상하게 질문이 없는 나는 기쁨도 느낄 수 없었다.변태 같다는 생각도 들고, 돌아이 같지만 내가 그렇더라.그 질문들은 대부분 힘들고 어려운 가운데 생겨났던 것들인데, 질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편하다는 반증일테다.퇴근하고 나면 그저 누워서 무념무상으로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아서였는지 해야할 일들도 제쳐두고 있는 상태다. 진짜 산더미처럼 쌓였다. 흑흑흑ㅠㅠㅠ체질적으로 나는 힘들어야 하는지, 참 괴롭다...

꿈, 조각, 결 2015.12.11

이사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 떠나기 전에 얼굴보고 얘기나눌 겸 집을 방문했다.그러고보니 그 집은 겨울마다 방문했다. 처음 그 집으로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리고 일본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사가기 전 지금.2년이란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하고,그 때 나눴던 이야기랑 지금 나누는 대화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시간이 지나서 나눌 대화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삿짐을 싸면서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물건들을 버리기도 하고 챙기기도 했다.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많이 있었다. 나에게 쓸모없는 짐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나는 보통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다. 부모님의 영향 때문인지 못버리는 성격이다. 그리고 그 물건에 쌓여진 시간..

꿈, 조각, 결 2015.12.09

Move Project

생각하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대단한 일 같다.막상 떠날 준비를 하려고 하다보니 걸리는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당연한 것이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살림이 참 골칫거리다.중고나라에 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여기에 오래도록 머무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떠난다고 하니인생사가 그런 것인지, 내가 변덕이 심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마음에 밟히는 것들을 생각하면 떠나기가 힘들어진다.

꿈, 조각, 결 201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