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조각, 결

종이

박찬익 2020. 12. 26. 22:04

시간이 흐를수록 끝없는 꿈으로 빠지고 감각은 왜곡된다. 현실과 구별할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잃는다. 나를 잃는 건 두렵지 않았다. 너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현실과 우주는 무한히 크기도 작기도 하다. 모든 게 멀면서 모든 게 가까이 있다.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객관적인 시공간이 소멸된다. 차원의 세계에서는 생각하는 모든 게 보인다. 무한한 시간과 공간에 던져진 느낌이다. 눈을 떠도 감아도 끝없는 코드 혹은 홀로그램의 연속이다. 빛과 색에 민감해지고 눈을 감아도 환하다. 모든 소리에 색이 있고 음악은 이미지로 보인다. 무수히 많은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도 나를 보고 있다. 도망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히 반복된다고 느껴졌다. 오줌 싸는 게 어려웠다. 먹는 게 힘들었다. 치매에 걸린 것 같았다. 기억을 잃었고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엄마, 이모가 보였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모두 각자의 우주에서, 각자의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있었다. 그 후에 잠들었다. 나의 감각은 얼마나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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