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독일

Spandauer Damm 103 + 608

박찬익 2020. 11. 30. 22:56

본능에 충실한 삶, 나는 짐승 같은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먹고 자고 섹스하는 게 전부였는데 어제 인스타 라이브를 반나절 동안이나 했다. 화면 속이지만 사람과 대화를 정말 오랜만에 긴장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문명을 만난 느낌이랄까. 이제 조금씩 밖으로 나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는 계획에 없던 섹스를 했다. 정신을 잃을 만큼 뜨거웠다. 그리고 기절하듯이 쓰러져 잤다. 며칠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모든걸 개운하게 털어낸 느낌이다. 

오늘 밥은 밖에서 먹었다. 커피를 내려서 텀블러에 싸서 빵 집에서 크루아상을 하나 샀다. 근처에는 빵 집이 두개 있는데 슈타인에케 체인점 빵 집과 손수 만드신다는 빵 집이 있다. 고민하다가 슐로스 배커라이로 갔다. 레베나 리들, 에데카 보다는 맛이 있었지만 다시 사먹지는 않을 것 같다. 벤치에 앉아서 먹는데 앞에 크리스마스 장식용 나무들을 팔았다. 누가 나무를 사러 오면 그 나무들은 망에 돌돌 싸여서 오므려지는데 그 모습이 꽤 충격이었다. 헤이즐은 자신이 대량생산을 싫어하는 것인지 나무를 파는 행위 자체가 싫은 건지에 대해 얘기했다. 

빵을 먹고 은행을 들렀다가 레베에 갔다. 여기만 오면 왜 이렇게 사고 싶은게 많은지... 오늘은 특히 아주 맛있는 파스타가 64센트로 세일을 하고 있었다. 몇 개 쟁여두려다가 지금 있는거 다 먹고나서 사기로 했다. 그 때 세일을 안한다면... 다른 파스타 면을 또 세일하겠지 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으니까 겨울이 더 시리다. 마켓이 없는 광장의 텅 빔은 너무나 선명해서 날카로워서 마음을 이리저리 난도질한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간다는게 새삼 놀라웠고 그 말은 남은 시간도 별로 없다는 뜻이어서 좋으면서도 찝찝했다. 빨리 숙제를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이었다. 삶의 완성이자 해방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좀 어렵다.

11월에 식비로 150유로 정도를 썼다. 12월은 더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군것질만 하지 않는다면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뭔가를 제대로 쓰고 싶은 마음도 점점 사라진다. 그래도 전처럼 단어들이 흩어지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조금은 남겨놓을 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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