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프랑스

파리 6일

박찬익 2020. 11. 17. 23:02

파리 일정을 서두른 이유는 신혼여행을 온 K를 만나기 위함이었는데 어제저녁 힘든 일정으로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에 간단하게 저녁만 먹고 헤어졌다. 나도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K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식사와 대화를 하면서 줄곧 D를 관찰했는데 그에 반면 D는 침착했다. D의 마음의 깊이는 얼마만큼 파인 것일까. 친구를 더 괜찮은 곳에서 대접하고 싶었는데 서비스나 음식이 가격에 비해 좋지 않았다. 모든게 속상했다.

아침부터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에 어떤 책에서 유럽 사람들은 귀족처럼 혹은 조선의 양반들처럼 겉으로 보이기를 좋아해서 운동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는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보다. 아니면 세계화의 영향으로 미국인의 생활 방식이 파리에 침투한 것인가? 마르스 광장을 건너 샤이오 궁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마음에 얼음보다 더 차갑고 무거운 납덩이가 내려 앉아있어서 쌀쌀한 바람이었지만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햇살도 좋았고 에펠탑은 언제나 봐도 그 자리에 있고 사람들도 평화로워 보였다. 팔레 드 도쿄로 내려와서 몸을 좀 녹였다. 보드를 타는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나이를 불문하고 도전하고 열정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조금 뜨겁게 닳아 오른다. 나도 아직 사진에 열정이 있나 생각해봤다.

체크아웃을 해야해서 알마 다리를 건너 숙소로 돌아왔다. 정든 동네를 떠나려니 아쉬웠지만 짐을 챙겨 우버를 타고 카타콤 근처로 숙소를 옮겼다. 길이 많이 막혔는데 별로 짜증이 안 났다. 짜증 낼 겨를이 없었다. 프란 픽스 마트가 바로 아래 있어서 먹을 거를 사기 편했다. 하루만 묵었지만 짐을 풀었다. 카메라가 많아서 정리가 필요했다. 조금 쉬다가 나왔다.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해가 이미 져서 어두워지고 있었다. 셍 쟈끄 가를 따라 파리천문대, 꼬샹병원, 노트르담 성당을 거쳐 뤽상부르 역까지 걸었다. 룩상부르 공원과 소르본 대학, 그리고 생제르망 거리, 팡테온 사이의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다양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사진 찍기 좋았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미친 사람처럼 셔터를 계속 눌렀다. 빅데이터를 모으듯 파리의 얼굴들을, 표정들을 모았다. 예술의 다리에서 퐁 뇌프와 에펠을 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전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꽤 긴 거리여서 지쳤다. 마트에서 간식거리를 사고 영화를 보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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