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스페인

톨레도 4일

박찬익 2020. 7. 3. 23:23

바로 스페인 남부로 내려갈까 톨레도를 들릴까 하다가 루트가 조금 복잡해도 들리기로 했다. 마드리드를 떠나 버스를 타고 근처 도시인 톨레도에 왔다. 버스를 예약했는데 막상 터미널에 가보니 예약한 시간에 탈 수 없었다. 그러면 다들 예약은 왜 하는지... 주목받는거를 원체 싫어하는데 사람들이 막 쳐다보니까 땀 좀 흘리고 다다음 버스를 탔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많아 탑승 줄이 매우 길다. 대신 배차가 짧아 금방 탈 수 있는데 예약한 시간에 타지 못한다는거 자체가 조금 스트레스였다.)

도착해서 숙소까지 꽤 걸어가야 했는데 오르막길이라 조금 지쳤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숙소를 구해서 가서 쉬자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함께한 M은 정신과 신체가 많이 지쳐보였다. 여정이 피곤하기도 했고 방광염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체크인은 바로 못하고 기다리면서 병원과 약국을 찾았다. 근처에 산부인과를 찾기가 어려웠고(호텔 직원들이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드리드까지 나가야했다. 임시방편으로 약국에 가서 약을 샀지만 결국 응급실에 갔다.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감사하게도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약을 처방받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는데 대신 아파줄 수 없어서 슬펐다.

진료를 마치고 톨레도 중심지를 구경했다. 조금 추웠지만 걸으면서 구경했다. 택시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에도 갔다.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쓰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너무 복잡해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정리를 한다고 정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 여유가 필요했다.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지만 누가 내 머리를 조종하는 듯 입력된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벗어나고 벗어나고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속박하는 그 모든 것들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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