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스페인

마드리드 2일

박찬익 2020. 5. 14. 00:04

눈이 너무 부셔 시려울 정도로 환한 아침 햇빛이 마드리드, 츄에카를 비췄다. 낯선 도시에서 처음 가보는 동네를 Y와 함께 했다. 츄에카는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힙한 동네인데, LGBT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처음에는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격리되거나 쫓겨난 사람들, 이민자, 노숙자, 외국인 등이 살았다고 한다. 게이들도 그 중 하나였는데, 차별받은 그들이 모여 살면서 오히려 동네에 차별이 사라지고 살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에서부터 무지개가 반겨줬다. 거리 곳곳에도 무지개 깃발이 펄럭였고 카페, 가게들은 그들을 환영하고 할인도 해줬다. 츄에카는 원래 페데리코 츄에카라는 스페인의 작곡가 이름에서 따온 지명인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진보적인 츄에카지만 클래식한 면도 있다. 이게 이 동네를 한층 더 매력있게 만들어준다. 안으로 들어가서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낭만주의 박물관, 역사 박물관, 밀랍인형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었다.

골목골목은 아침부터 나온 마드리드 시민들이 바와 노천카페를 채워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했다. 그들을 구경하면서 역시 소비가 미덕인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이 동네의 여유가 뭘까 호기심이 생겼다. 사진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고 이곳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보고 싶었던 호텔이 있어서 구경하러 다녀왔다. 식사라도 하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나온게 조금 아쉬웠다. 훌륭한 인테리어에 감탄하고 Y와 사진을 좀 찍다가 나왔다. 마드리드가 걸어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이곳 저곳을 걸었다. Y와 대화하며 정말 많이 걸었다. Y와는 어느 곳을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거의 없었다. 어디를 가도 좋아하고 뭐든 잘 먹고 어떤 주제로도 언제나 즐겁게 대화할 수 있어서 편했다. 그렇게 마드리드 구석구석을 걷다가 프라도 미술관에 갔다. 저녁 시간에 무료 입장이 가능해서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 Y와 함께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내일 돈주고 가기로 결정하고 프라도 미술관과 고야를 다루는 라디오를 몇 개 들으면서 또 걸었다.

오징어 튀김과 맥주를 곁들여 먹었는데 술기운이 올라오고 햇빛을 많이 받아서였는지 몸이 가려웠다. 먹고 마시고 찍고 걷고 웃고 울고 그렇게 둘째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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