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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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익 2020. 5. 4. 19:48

어제 밤에 술을 마시다가 이렇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생존을 위해 하는 행위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역시 나는 사진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고 오늘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50장 이상은 찍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부터 베를린의 몇몇 박물관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 오늘은 도자기 박물관에 가려고(입장료도 마침 공짜여서) 알람도 맞추고 잤는데 알람 소리도 못듣고 푹 자버렸다. 과감하게 포기하고 양송이 스프로 아점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비가 내려서 꽤 쌀쌀했다. 겨울처럼 목티도 입고 코트도 걸쳤다. 장갑은 챙기지 않았는데 손이 꽤 시려웠다.

한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찍으니까 감각이 다 죽어있었다. 사진의 모든걸 새로 익히는 기분이었다. 빛, 거리, 초점, 자신감, 포즈 등이 다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오늘은 죽어있던 감각을 깨우는 단계로 만족했다.

사진을 찍으면 신기하게 생각도 더 많아지고 안에서 뭐가 솟는다. 변덕이 심해서 찍고 싶은건 매일매일 생기고 사라지고 바뀌지만 찍고 싶은게 생겼다. 오늘 사진을 바탕으로 남성을 중심에 두고 여성을 사이드에 두는 구도를 아카이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구도를 염두하고 사진을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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