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독일

[gubenerstrasse17] + 389

박찬익 2020. 4. 25. 01:34

요새 테라스하우스에 빠져있다. 재미없다는 평을 들었어서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시청했는데 정말 푹 빠졌다. 말을 일부러 일본어로 바꿔서 말하기도 하고 감탄사는 대부분 일본식이 됐다. 중단했던 일본어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바람을 타고 라일락 향기가 짙게 풍겼다. 오늘은 반팔을 입었는데 아직 뜨겁지는 않은 햇살이 얇은 긴팔에 정말 딱 알맞았다. 여기서 조금 더 뜨거워지면 무조건 반팔이지만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긴팔을 입어야 하는게 꽤나 고역이다. 올 여름은 좀 덜 더웠으면 좋겠다.

우반을 타고 알렉산더플라츠로 나갔다. 얼마 전까지는 광장이 텅 비었었는데 그래도 꽤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케셔마크트쪽으로 걸으면서 아디다스, 프라이탁, 칼하트 등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옷 구경을 했다. 사고 싶은 아이템들이 많았지만 미니멀하게 살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버린 옷들이 생각나서 새로 사지는 않았다. 당장 필요한건 하나도 없었다.

요새 조금만 움직여도 당이 금방 떨어진다. 귀에 문제가 생겨서 쉽게 어지러워진다. 세상이 핑 돈다. 유니클로를 구경할 때부터 슬슬 기운이 빠지더니 무지에서 갑자기 너무 힘들어졌다. 앞에 스타벅스에 가서 자바칩프라푸치노를 사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왔다. 순식간에 흡입했다. 에너지가 조금 도는 느낌이었다. 

베를린 돔 앞까지 걸으면서 강 앞에서 각자의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나는 돗자리 대신 가져온 이불커버를 펴고서 책을 읽었다. 살짝 잠이 올 때면 눈을 감고 자고 싶었지만 해가 강렬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간혹 무리를 지어서 노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둘씩, 많으면 셋 정도가 모여서 놀고 있었다. 이제 이들에게서도 마스크 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코로나 전의 일상이 왠지 다시는 있을 수 없는 경험이지 않을까, 이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된다고 생각하니 살짝 두려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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