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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미국

NEW YORK +5

바람을 타고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아 파도를 타고 떠내려가는 것들을 건져내 은색 건전지를 빼내고 흰 약을 새로 넣어줘 그러면 모든게 멈추고 잠시 뒤에 태엽은 거꾸로 돌기 시작해 처음 그때까지 마지막은 빨갛고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따뜻하게 데운 하얀 우유를 마시고 잠들면 돼.

그렇게 잠들고 싶은 하루였다. 저 아래서 뚝 하고 끊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이 느닷없이 찾아왔다.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벼룩시장을 갈까 하다가 그냥 하루 종일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브루클린 핫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커피 맛이 막 맛있지는 않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인테리어가 좋았다. 라떼에 챙겨간 크래커, 블루베리 스콘을 먹었다. 배고플 때까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으로 소고기를 든든하게 구워먹고 와서 딱히 점심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쭉 있었다.

죽고 싶은 마음을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에 결혼해서 뉴저지에 산다. 그 친구한테 언제보지? 카톡을 보냈더니 오늘 저녁에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5:30분에 예약했다고 위치를 보냈다. 551 5th Ave, New York. 구글맵으로 찾아보는데 꽤 고급져보였다. 일단 스테이크 집이었다. 구글맵이 걸어가면 한시간 20분 정도, 지하철 타면 40분 걸린다고 했다. 걸어가고 싶었는데 약속 시간까지 한시간 조금 더 남아서 그냥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윌리엄스버그 구경을 했다. 두번 째 오는 건데 저번에는 보지 못한 독특하고 개성있고 예쁘고 감각적인 가게들이 많았다. 이런걸 힙하다고 하는건가! 베를린과는 또 다른 브루클린 감성이 맘에 들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티켓을 사는데 벤딩머신에서 싱글라이드는 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7일 언리미티드를 샀다. 충전용을 살까 하다가 7일 뽕 뽑아보자 하구 질렀다. 지하철을 타고 윌리엄스버그 브릿지를 건너 맨하탄으로 넘어갔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한강 생각이 난다. 그리운건 그리운거겠지...(아련) 록펠러센터역에서 내려 좀 걸으니까 바로 나왔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좀 기다렸다. 가게가 역시 고급졌다. 서버들도 엄청 친절했다. 조금 기다리니까 친구 부부가 왔다. 뉴욕에서 만나니까 더 반가웠다. 남편은 처음 만나는건데 보자마자 그냥 호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했는지도 모른다. 간단히 안부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버거킹 와퍼면 충분한데 왜 이런데 예약했냐고 하니까 와퍼는 또 먹으면 되니까 좋은데서 한 번 먹자고 그랬다. 감사했다. 남에게 신세지는걸 싫어하는데 신기하게 이 친구에게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 안들었다. 오예! 나보고 하나 고르라고 했는데 나는 주문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점보 쉬림프를 시켰고 스테이크, 샐러드, 구운 감자, 시금치 버섯 뭐 이런 것들을 시켰다. 앉자마자 빵을 줬는데 이 집 어니언 빵이 진짜 제일 맛있었다. 토마토치즈샐러드도 맛있었고 새우... 고르길 잘했다. 스테이크는 입에서 녹았다. 내가 아침에 먹는 소랑 다른 소인가?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들, 좋은 사람들, 거기에 곁들인 와인까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급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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