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일본

남큐슈여행 5일차

박찬익 2018. 2. 13. 17:26

아침 일찍 가고시마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숙소에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바로 떠나지는 않았다. 거실에서 떠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배웅을 했다.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역시나 청소 중이었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나도 본받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다. 어제 밤에 보여준 방명록을 다시 찬찬히 읽고 이곳에 방문하는 모두에게 좋은 인연,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나도 짧은 글을 적었다. 나도 이제 떠난다며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연휴에 걸맞는 화창한 날씨였다.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다. 떠나는 날 날씨가 좋아서 아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맑은 하늘,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골목 사이에서 느껴지는 일본 냄새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뭔가 역부족이라고 느껴졌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연휴라서 그런지 다들 여유가 있었다. 적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따뜻함이 느껴졌다. 막상 살면 다르게 느끼겠지만 가벼운 목례나 아침인사는 충분히 이방인에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기차를 타고 가고시마에 왔다. 책도 보고 졸기도 하고 그랬다. 가고시마로 올라갈 수록 날씨가 안좋아지더니 급기야 눈까지 내렸다. 누군가 분명 구름을 몰고 다녔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었다. 기차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20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비를 맞으며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중앙역에 있는 빅카메라에 가서 또 카메라 구경을 하고 무인양품, 유니클로를 돌아다녔다. 짐을 짊어지고 돌아다니니까 허기가 졌다. 아뮤 플라자에서 돈까스와 회로 점심을 해결했다. 배도 채웠으니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가는 길이 꽤 쌀쌀했다. 분명 한파를 피했는데 비슷하게 추웠다. 역시 추운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생각했다. 비가 그쳐서 나온건데 걷다보니까 비가 많이 내렸다. 비를 맞으며 숙소까지 꽤 걸었다. 초행 길이라 더 멀게 느껴졌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지쳐서 계속 누워있었다. 얼마 후에 한국인이 들어왔다. 엄청난 배낭이랑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간단하게 대화를 하다가 동행을 하게 됐다. 


영화업에 종사하는 분이었다. 처음에 카메라 얘기로 시작해서 영화, 여행, 진로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며 덴몬칸 주변을 구경했다. 오랜만에 사진 얘기를 나누니까 재밌었다. 영화관도 들어가고 아웃도어 용품점에도 들어갔다. 그 분 관심사 위주로 돌아다녔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비가 더 많이 내렸다. 우산을 가지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냥 나와서 나는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헤어져서 돌아가는 길에 또 비가 그쳤다. 그래서 그냥 우산없이 다니기로 하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간식을 사먹고 와이파이를 잡았다. 이부스키에서 만난 친구랑 연락을 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좋은 인연을 만났다.


가고시마에서 제일 맛있다는 라멘 집으로 데려가줬다. 혼또니 맛있었다. 그치만 사당이나 서울대입구에 있는 라멘 집이 생각났다. 돌아가면 거기가서 라멘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라멘을 먹고 도넛도 먹고 관람차도 탔다. 덴몬칸에서 중앙역까지 걸었는데 관람차가 계속 멀리 있었다. 가는 길에 어느 호텔이 있었는데 에스케이 야구팀 환영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아마 여기서 전지훈련을 하나보다.


하늘에서 보는 가고시마는 멋졌다. 다른 도시보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빛이 아름다웠다. 작은 빛들이 모여서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분좋음으로 비치고 싶었다.


다시 혼자가 됐다. 숙소로 돌아와서 사진 정리를 하는데 어리버리한 한국 사람이 손님으로 왔다. 소통이 잘 안됐는지 스탭이 짜증을 냈다. 도움이 필요해 보여서 도와줬다. 좀 안쓰럽기도 했는데 답답하기도 했다. 스탭이 좀 친절하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굳이 친절할 이유는 없지만 일본이라는 기대가 있었나보다.


로비에서 독일 사람을 만났다. 처음에는 영어로 대화하다가 드레스덴에 잠깐 살았다고 하니까 독일 말을 섞었다. 사회, 정치, 철학, 교육, 경제 등 정말 많은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즐거웠지만 나의 무지를 또 알게되는 시간이었다. 공부는 끝없이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대화 중간에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계 뉴질랜드 친구들이 왔다. 치즈케잌을 구워왔는데 같이 와서 먹자고 했다. 우리도 합류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만난 프랑스 사람은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면 이번에 만난 프랑스 여자애는 정말 프랑스 여자 그 자체였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잔상을 남겨줬다. 정말 말이 많고 개방적이었다. 파리에서 와서 더 그런가 생각했다.


여러 사람들과 오랜만에 어울리니까 재밌었다. 게다가 공짜 술은 항상 좋다.



숙소 앞


연기가 모락모락


검은 모래 찜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부스키 동네


휴일


가고시마 중앙 역


오드리햅번



오드리햅번


할머니


로손


나 남자에게 잘 반한다


생활용품 매장인데 반려 동물을 위한 가구, 용품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덴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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