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일본

남큐슈여행 4일차

박찬익 2018. 2. 11. 16:26

6시부터 체크아웃하는 사람이 있었나보다. 불도 켜놓고 계속 시끌시끌했다. 코타츠안에 들어가버리니까 나올 수가 없어서 방에 늦게 들어갔다. 꽤 늦게 잠들었는데 일찍 깨버렸다. 방 공기가 차가워서 제대로 못자기도 했다. 거실로 나와 코타츠에 들어갔다. 밍기적 거리다가 정신차리고 세수를 했다. 어제 만났던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이미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거실에 나밖에 없어서 치즈랑 우효노래를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모두 떠난 줄 알았는데 안떠난 1인이 있었다. 고데기를 하고 일기를 쓰면서 이부스키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같이 코타츠에 앉아서 짧은 대화를 나눴다. 더 멋진 어른이 되기로 서로가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1인에 1인을 추가해 셋이서 숙소를 나섰다. 오늘 이부스키에서 거리 축제를 해서 함께 구경 겸 배웅을 하기로 했다. 정말 한산한 거리였는데 어디서 다들 나타나셨는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은 벼룩시장처럼 맛있는 음식도 팔고 아기자기한 소품, 봄을 알리는 꽃 등 다양한 상품들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 장소도 있었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오래 있지는 못했다. 몸도 데울 겸 족욕을 했는데 바람이 불어 더 추워졌다. 금새 물을 닦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여의치 않아 어제 간 식당을 또 갔다. 또 맛있었다. 오늘은 가츠동을 먹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각자의 길로 떠났다. 둘은 가고시마로,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싶은 식기, 수공예품이 정말 많았지만 잘 참았다. 대신 사진을 많이 남겼다. 어제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필름으로 찍고 있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다 찍은 느낌인데 필름이 계속 감겼다. 계속 계속 계속 감겼다.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열었더니, 역시나 어제 잘못끼운 필름이 찢어져있었다. 필름 이송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찍은 사진들은 아마 한 컷에 다 몰아져있겠지, 그리고 내가 뚜껑을 열었으니까 빛이 하얗게 만들었겠지. 정말 너무 속상했다.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인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픈 마음을 안고 필름을 가위로 잘라 다시 끼웠다. 오늘 하고싶은게 있었는데 다 소용없게 됐다. 허탈했다. 코타츠에 앉아서 멍 때리다가 영화를 틀었다. 영화에서도 카메라가 소재로 등장해 가슴아팠지만 치유가 됐다. 새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도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노래도 듣고 누워서 생각도 하다가 사진을 찍으러 나가보자 해서 나왔는데 10분만에 들어왔다. 갑자기 찍어서 뭐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허무한듸. 허무하지만 이왕 나왔으니 몇 장 찍고 들어왔다. 곧 여기도 분명히 그리워질테니까.


들어와서 영화를 하나 더 보고 나가서 족욕도 하고 온천 물에 샤워도 하고 짐도 싸고 정리를 했다. 하루동안 생각을 많이 했는데 졸려서 남겨두지를 못하겠다. 주인(세이지) 아저씨가 갑자기 말을 거는 바람에 대화를 꽤 오래했다. 그리고 몇몇 손님들이 적고 간 방명록을 보여줬다. 아마 나에게도 쓰라는 신호같았다. 다들 짧게 머물다가는 이곳에서 나는 그들보다 더 있었으니 정이 들었나보다. 


이제서야 여기서 쉬다만 가는게 아쉽다. 더 많은 걸 하고 돌아갈 수 있는 이부스키일텐데.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음에 올 때는 길게 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 요시다 세이지랑 더 친해져야겠다.




홍보팀은 야구부가 접수.


사장님 그거 파시는 거 아녜요? 마케팅의 진수.


이니셜이 새겨진 그릇이 정말 탐났는데.


아이들


대왕완두콩


닌텐도 중


무슨 상황일까? 상상해보자


노란색


응급상황


돼지 괴롭히지마ㅠㅠ


이부스키 거리


바다


숙소 앞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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