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덴마크

코펜하겐 1일

박찬익 2017. 8. 21. 22:20

베를린에서 23:30분 차를 타고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왔다. 시내로 바로 가는 버스도 있었는데 그건 비싸서 공항으로 가는 보헤미안 버스를 탔다. 가격은 5만원도 안되는 매우 싼 가격이었다. 마지막 유럽 여행이다. 들어올 때는 노르웨이로, 나갈 때는 덴마크. 북유럽을 시작과 끝으로 하게 된 내 유럽생활!

코펜하겐 공항에서 1년 전 노르웨이에서 쓰고 남은 돈과 가지고 있는 유로 전부를 환전했다. 수수료를 꽤 많이 떼갔다. 이런 나쁜 사람들. 옆에 다른 터미널에 환전소가 있었는데 거기는 수수료를 안받았다.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큰 돈 쓰는거에는 쿨한데 작은 돈에 왜 이렇게 예민하고 아까운 생각이 드는지.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기차로 20분도 안걸렸다. 등딱지와 함께 숙소로 갔다. 제일 저렴한 숙소를 찾았지만 그래도 한 밤에 5만원이 넘는 8인실 도미토리에 눈물 찔끔. 바로 체크인이 되지 않아서 짐만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일단 날씨가 끝내줬다. 북유럽 특유의 찬 공기, 바람, 여름 만의 따뜻한 햇살이 엔돌핀을 마구 뿜게 해줬다. 그래서 사람들이 죄다 나와서 광합성을 하나보다. 

코펜하겐은 깔끔하고 깨끗했다. 차분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다. 복잡하지 않았고 답답하지 않았다. 나는 이 느낌을 아마 자전거가 주는 편안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자전거로 표현되고 나타났을 뿐이지만, 자전거가 주는 평화로움은 엄청났다. 덴마크에 대한 이미지는 이미 자전거로 박혀있었다. 오래 전, 3~4년 전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덴마크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때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다.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나라. 자전거는 이 나라의 소통 방식이었다.

야간버스를 타고 아침도 제대로 못먹어서 오래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숙소에서 티볼리 공원을 경유해서 뉘하운 운하까지 걸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다. 슬쩍 곁눈질로 본 쇼 윈도우에는 감각있고 개성넘치는 옷 들이 전시됐다. 독일과 전혀 다른 패션에 신기했다.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뉘하운 운하까지 쭉 걸어서 도착. 딱 기대한 만큼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르웨이 베르겐이 더 예쁘고 아름다웠다. 강의 폭이 차이가 나서 그런지 뉘하운은 생각만큼이었고 베르겐은 뻥 뚫린 느낌이었다. 아, 역시 비교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내 몸이 지쳐서 그런 생각을 하는게 분명했다. 그래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왔던 길이 아니라 강을 따라 쭉 걸었다. 왔던 길은 돌아오는 길이어서 꽤 오래 걸렸는데 강을 따라 걸으니 금방이었다. 

한바퀴 돌고왔는데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로비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 독일에서 사온 과일, 빵, 햄, 과자 등을 먹었다. 북유럽 물가가 비싸서 저렴한 독일에서 사왔는데 역시 굳 초이스였다. 앞으로 끼니는 이걸로 때우기로 했다. 식사를 하고 체크인을 했다. 7층 숙소였는데 전망이 죽여줬다. 시원하게 뚫린 창에 강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샤워를 하고 창 밖 풍경을 구경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한국 행, 이제 먹고 살 궁리, 하고 싶은 일들, 덴마크에 살아볼까 하는 생각까지. 오만 잡생각이 떠올랐고 괴로우면서도 즐거웠다. 이걸 하려고 여기에 왔으니까, 그냥 편하게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이왕 즐길거 나가서 즐기기로 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괜히 사진만 또 찍으니까 가볍게 가기로 하고 대신 텀블러에 차를 채워 들고 나왔다. 밤에는 분명 추울테니까.

역시나 자전거로 가득! 나도 이 사람들과 동화되고 싶다. 아마 영원히 그럴 일은 없겠지.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니까. 그래도 조금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솟았다. 언젠가는 나도 자전거로 아침 시간을 보내는 날이 오겠지! 사람들 구경을 하면서 내 여행의 중심지 뉘하운으로 다시 갔다. 가는 길에 크리스티안보르 성에 들려 또 햇살을 맞았다. 정원이 예술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현지인들이 참 여유로웠다. 현지인의 시선으로도 여행자들을 여유롭게 생각하겠지? 우리 모두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뉘하운은 오전보다 더 북적였다. 버스킹에 분위기가 더 고조됐다. 강을 따라 쭉 늘어선 가게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대부분 식당이어서 들어가지는 않았다. 가끔 나타나는 골동품 가게들만 들어갔는데 딱히 사고싶은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장소를 옮겨 코펜하겐의 핫플레이스 페이퍼 아일랜드로 갔다. 오랫동안 종이 보관소로 사용돼서 붙은 이름! 지금은 더 이상 출판업을 하지 않아 비워둔 공간을 스트리트 푸드, 전시 홀, 디자이너들의 공간으로 채우고 있다. 모토는 올드 앤 뉴! 딱 봐도 허름해보이고 낡은 공장 건물인데 완전 힙하고 젊은 느낌이 물씬이었다. 주변이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공간, 회사, 카페, 거주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재밌는 사실은 이 곳 사람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여기에 정착했고, 2017년까지만 계약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 후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아마 새로운 실험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니까. 

스트리트 푸드 공간은 세계 여러 음식을 파는 곳인데 한국 식당도 있었다. 티비에는 한국 음악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다.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한국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참기름 냄새에 이끌려 나도 줄을 섰다가 다른 음식을 시도해보려고 나왔다. 정말 먹음직스럽고 맛있어보이는 음식이 많았다. 한국의 코다차야와는 다르지만 그런 형식의 비슷한 공간이었다. 특별히 더 좋았던 점은 안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고 가지고 나와서도 먹을 수 있었다. 특히 해먹의자? 캠핑의자에 앉아서 강 뷰를 안주삼아 음식과 맥주를 곁들이면, 끝!

바로 옆에 있는 코펜하겐 컨템퍼러리에서는 여러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본 작가가 소원나무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광복절이기도 하고 나라의 안녕을 적어 걸었다. 일본 사람이 하는 전시에 광복을 염원하는 소원이 살짝 웃겼다. 구경을 하다가 다시 뉘하운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덴마크 사람이 분위기잡고 앉아서 조미김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밌어서 말을 걸었다. 자기 김 엄청 좋아한다면서, 가방 안에 들어있는 김들을 보여줬다. 자그마치 3개나 있었다.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좋다며, 그래도 맛있어서 계속 먹는다고 했다. 하나 줄수도 있을텐데 안주는 걸 보면 무지 사랑하나보다.

다시 뉘하운으로 돌아와 앉아있는데 지나가는 한국인이 나를 보고 옆에 앉아 말을 걸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기대와 걱정이 섞인 목소리였다. 한국인이라는 내 대답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오늘 한국 말 처음 해본다며, 어디서 왔고, 얼마나 여행을 하고 오늘 뭐 했고 이런 얘기를 나눴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는데 내가 가까이 가도 되냐고 묻고 옆으로 붙었다. 그 때 다가간 그만큼 가까워졌고 편해졌다. 서로 딱히 일정이 없던 터라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후략) 

앞자리에 앉은 커플, 독일에서 덴마크로 넘어가는 배에서 찍은 사진

출근 시간(?)이 지난 후

여유

여유2

저 작은 차에 어떻게 타고 운전을 하는지 정말 신기

덴마크

차이, 다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해주는 코펜하겐

무지개가 도시 전체를 덮었다

그냥 찍은 사진

도서관 옆 계단에 올라가는 아이들

블랙

멀리서 본 데이비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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