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베트남

호이안 19일

박찬익 2016. 1. 16. 12:44

오늘 호이안은 비가왔다. 아침에 조금 흐리더니 곧 비가 내렸다. 기대했던 호이안에 비소식이 있어서 호치민으로 내려갔는데, 비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 다행히 숙소에 우산이 있어서 빌릴 수 있었다. 밖이 너무 습하고 나가기도 귀찮았지만, 배고픔을 이길 순 없었다. 슬리퍼 하나 사둘껄 후회를 해도 이미 늦었다. 비의 양이 꽤 많아서 신발이 금새 젖었다. 

점심은 네이버에서 찾아본 식당으로 갔다. 맛보다는 가격이었다. 다른 가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맛도 뭐 괜찮았다. 그래서 저녁도 이곳에서 해결했다. 여러 곳을 가는 것보다 한 곳에서 여러 음식을 먹는게 더 괜찮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서 좋았다. 배는 불렀으니 만족!

비오는 호이안은 정말 예뻤다. 옛날 가옥들의 색이 비를 맞고 더 진득해졌고, 고풍스러움의 분위기가 물씬 묻어났다. 골목골목에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한적하고 좋았다. 다만 비를 피하기가 힘들어서 숙소로 일찍 돌아왔다는 것만 빼고.

우산을 쓰고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토요일에, 비까지 오는데도 베트남의 여러 사람들은 거리에 나와서 생업을 이어갔다. 책임져야 할 무언가를 등에 짊어진채로 말이다. 삶의 무게는 세상 어디에서나 무거운 것이다.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남자, 여자, 아이, 노인 할 것 없이.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삶이 가볍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시야가 많이 넓혀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너무나 좁다. 나밖에 볼 줄 모른다는 말이다. 나 살기에 급급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내 삶을 이어나갈까를 궁리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타인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으면 좋겠다. 분명히 내가 이렇게 편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는 불편하다는 의미다. 물론 응당한 값을 지불했지만, 그 불편함을 댓가가 아니라 감사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비가 좀 거세져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런 날은 영화나 보는게 딱이지 않는가!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과자를 좀 샀다. 큰 마트가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적당히 샀다. 과자를 먹으면서 빈둥거리다가 또 배가 고파졌다. 비가 그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나갔다. 점심에 갔던 식당에 또 가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강변을 거닐었다. 비가 왔다. 조금 많이. 이번에는 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힘들었다.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는데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쉽다. 아마 이 아쉬움은 평생 가지 않을까 싶다. 자세하게 적었지만, 지웠다. 내 기억을 믿기로 했다. 정말로 인상깊었던 순간이라면 굳이 적지 않아도 기억날 것이다. 만약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참 강렬했다.

돌아오는 길에 또 비가 멈췄다. 이곳은 오락가락 하나보다. 다행히 카메라는 똘똘 싸매고 가려서 괜찮았다. 애지중지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별이 떠있었다. 밝게. 비 온 뒤 맑은 하늘은 말 그대로 참 맑았다. 하늘을 보며 기도했다. 저 하늘처럼 나도 맑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1.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자.



2. 할아버지 담배피는 모습이 간지였다. 


3. 묘하게 파랑이 많은 호이안


4.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룻배


5. 그리고 자전거


6. 호이안의 집들과 잘 어울리는 그림들


7. 좁은 길처럼 보이지만, 서로 양보하면 넓어진다.


8. 이 사진은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생각없이 찍은 사진


9. 등 띄우는 아가씨. 얼굴은 내 기억속에 존재한다.


10. 아줌마와 아이


11. 우산 속 소년들


12. 장사꾼


13. 장사를 아주 잘했다. 목소리, 표정, 제스처, 여유에 흥정까지. 감동해서 살 뻔 했지만, 안샀다.


14. 비오는 호이안의 밤


15. 짙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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