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영국

글래스고 8일

박찬익 2017. 7. 3. 00:32

이곳 조식은 7-9시였다. 아침을 왜 이렇게 빨리 먹니 불평하며 일찍 일어났다. 스코틀랜드식 아침 식사가 나왔는데 애버딘보다 더 잘나왔다. 거의 처음으로 왔는데 거의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뉴스로 일기예보를 봤다. 아침에 뉴스를 본 적이 언제였더라. 이런 여유있는 아침을 얼마나 보낼 수 있을까?

천천히 식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밖에는 비가 내렸다. 창을 올려 비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누웠다. 바로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 꽤 많이 내려 방에 있기로 했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오늘은 [남과 여], 공유 씨와 전도연 씨가 주연인 영화다. 보고나서 클로저랑 묶어서 리뷰를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겨울에 핀란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영화를 보고도 비는 계속 내렸다.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인데 방에만 있을 수 없어서 그냥 비를 맞더라도 나가기로 했다. 근처에 박물관 겸 미술관이 있어서 후딱 다녀왔다. 다녀온 곳은 '켈빈그로브' 박물관인데 아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달리 그림을 조립한다든지 그림을 보고 드는 생각을 말풍선에 채워본다든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마다 설명이 있어서 감상에 도움이 됐다. 그치만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누군가의 주관이 담긴 설명이 많아서 몇 개 보다가 그냥 혼자서 감상했다. 이유인즉 나는 르누아르 작품을 좋아하는데 르누아르 작품에 대해서 그냥 '예쁘기만'하고 '무엇도 느낄 수 없다'고 해서 그 다음부터는 스킵했다. 지금 생각하면 남의 생각듣기를 잘 해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고집대로 할 때가 많다. 그래도 그저 예쁘기만 하지는 않는데...

런던이랑 빈에서 미술관, 박물관을 많이 다녀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비오는 날에 생각에 잠기기에는 딱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활용할 여가 시간이 있는 자체도 부럽지만 그 시간을 잘 보내는 이들이 부럽다. 뭐 사람 사는 일이 다 비슷해서 겉은 번지르르해도 속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나면 사는게 참 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누군가 말했던 '어찌라고'다 정말.

비는 하루 종일 계속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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