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베트남

호이안 17일

박찬익 2016. 1. 14. 14:34

자고 깨고를 반복하던 열두시간의 길고 긴 버스에서의 시간이 끝났다. 버스가 흔들거리고 의자가 불편한건 둘째치고 바퀴벌레가 날라오지는 않을까 너무 두려웠다. 내가 벌레를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처음 알았다. 전에 더 큰 바퀴도 봤었는데, 전혀 예상 밖의 일이라서 더 그랬나보다. 어쨌든 무사히 살아남았다. 호이안에 도착했다. 비몽사몽으로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에게 초코파이를 선물로 주고 내렸다. 역시나 손님을 모시려는 아저씨들로 붐볐다. 최고의 이동수단은 발이기 때문에 나는 걸었다. 꽤 멀었다. 많이 멀었다. 그래도 걷기 시작했으니 포기할 순 없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부지런했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일을 시작했다. 여기 사람들은 오후에는 날이 너무 더워서 뭐든지 일찍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참 부지런한 것 같으면서도...너무나 게으른 그 모습에 참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학교를 가는 아이들, 밥을 먹는 아이들도 많았다. 옛날 우리나라처럼 오전반/오후반이 있는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현지인 친구를 못사귀는 것 같아서 아쉽다. 

삼십여분 걸었다. 숙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황당한 일이 생겼다. 여권이 달랐던 것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겼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생각하다가 머물렀던 숙소를 추적했다. 무이네에서 잘못된 것이었다. 다른 한국사람 여권이랑 바뀐 것이다. 다행히도 어딨는지 찾아서 마음은 한시름 놓았지만 정말 당황했다. 역시 꼼꼼하지 못한 내 성격이 여기서 또 빛을 발했다. 한번만 확인했더라면...난 왜 이럴까? 그대로 한국에 가고 싶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이런 적은 없었는데, 멘붕이었다. 그래도 달랏에서 머물렀던 사장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랑 연락을 취하게 됐다. 상대방의 태도가 기쁘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그 사람도 여권이 없는 상태니 잘 조율해서 만나기로 했다.

체크인을 일찍 하고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숙소에 일찍 도착해도 체크인 시간은 2시였다. 숙소 로비에서 딱히 할 것도 없고 계속 있기도 눈치보였다. 여권 문제도 있고 해서 밖에 나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빌려서 호이안 중심가로 나갔다왔는데, 숙소가 멀긴 멀었다. 걸어서는 30분 정도, 자전거로는 10분 정도 걸리는 위치였다. 어디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안먹었다. 가장 후기가 좋은 카페를 갔는데, 커피 전문점이었다. 커피를 안마시는 나는 그냥 일반 카페가서 스무디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스무디 중에서 제일 맛없었다. 진짜 별로였다. 카페에서 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오전 시간을 온통 여권에 신경쓰느라 날려버렸다. 체크인을 하고나서 지친 나머지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 어제 저녁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서 매우 배가 고팠을법도 한데, 숙소는 또 왜 이렇게 멀리 잡아가지고...나가기가 너무 귀찮았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다보니 저녁 시간이 돼서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가다가 길거리에 음식을 팔길래 그냥 거기서 저녁을 해결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튀김같은 음식이었다. 계란도 있고 고기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맛있었다. 역시 음식점보다 길거리에서 먹는데 가격도 싸고 맛있는 것 같다. 그리고 호이안에서 많이 먹는 닭고기 덮밥도 먹었다. 이건 가격에 비해 좀 별로였지만 그래도 먹을만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신기하게 계속 쳐다봤다. 베트남 사람들은 사람을 쫌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얼굴이 하얘서 그런가?

저녁을 대충 해결하고 프링글스를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1. 나는 잘 모르는 커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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