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영국

애버딘 4일

박찬익 2017. 6. 27. 00:56

애버딘은 숙박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대안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저렴한 숙소를 고르다가  아침식사를 주는 숙소를 잡았다. 숙소 리뷰에선 스코틀랜드식 아침식사가 끝내준다고 했다. 기대반 설렘반으로 아침을 맞았다. 식사 시간이 짧아서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식당에는 어제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해주던 친구가 아닌 다른 친구가 있었다. 적당한 머리 길이에 수염을 매력적으로 기른 청년이었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건네고 아침 종류에 대해 설명해줬다. 구운 소세지, 구운 베이컨, 메주 콩, 계란이 한 접시에 제공된다. 당연히 뷔페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설명을 마치고 스코틀랜드 특유의 억양으로 '우쥴라잌브뤸퍼스트?'라고 물어봤다. 슈얼~와이낫! 아침은 이 외에 빵, 씨리얼, 스프, 쥬스 등 여러가지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아침은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든든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안락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방. 브라운 톤의 방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안정감을 줬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하고 기본에 충실한 방이라고 할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방이었다. 무인양품과 비슷하다랄까. 요새 무인양품에서 일할 수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사에 바로 들어가기는 어려울테니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한다. 꾸준히 성실하게 하다보면 어느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꼭 그런 기회가 없더라도 무지의 상품들을 소개하는 일로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본사에 일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면 해외로 파견을 가는 일도 생길테니 외국어 습득은 필수다. 영어와 독일어는 이왕 시작했으니, 그리고 언제나 미루기만 했던 일본어, 추가로 스페인어까지. 뭐 꿈에 그리는 프랑스어와 러시아어까지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한국어를 다시 공부해야하는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나에게 언어 공부는 배움의 기회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통로다. 핑계는 텍스트를 읽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냥 재밌고 사람들과 원어로 대화하는 일이 재밌다.(그래서 열심히 해야하는데 항상 실천이 어렵다ㅠㅠ) 무지처럼 필요한 것들을 채우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며 그렇게 천천히 내 삶을 디자인하는 일에 흥미가 간다. 물론 돈을 많이 벌어 내 삶을 그 디자인으로 채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 인생은 그런 고속도로와는 길이 좀 다른 듯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방 안에서 했다.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밥먹고 바로 나갈 계획이었는데 그냥 내 방을 여행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뒹굴거리면서 유투브로 트럼펫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을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영화의 여운을 더 깊게 느끼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애버딘에서 기차를 타고 15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스톤해븐이라는 작은 도시에 갔다. (왕복 표를 8.5파운드에 구입) 스톤해븐은 작은 마을이었는데 바다를 끼고 있었다. 해변가에 사람들이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보트를 타고 누구는 수영을 했다. 그 모습을 한참 보고있자니 저들은 삶을 뭐라 정의할까 궁금했다.

스톤해븐에 간 이유는 던노타 성 때문이었다. 그 성이 아름답다는 블로그를 보고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은 튼튼한 다리로 한시간쯤 걸렸다. 구글맵에는 분명히 30분이라고 나왔는데 속았다. 던노타 성은 끝내줬다. 무엇보다 가는 길이 정말 좋았다. 드넓은 초원에 바람에 파도치는 잔디들을 보면서 생각에 빠지는 일, 잔디 위에 앉아서 싸온 간식을 먹는 일이 참 행복했다. 조지아에서 만난 자연은 정말 그 자체였는데 스코틀랜드의 자연은 정원처럼 인위적인 정리가 아니라 뭐랄까 잘 정돈된 느낌이다. 그래서 더 매력을 느낀다.

밤까지 있다가 오려고 했는데 지금 스코틀랜드는 11시가 넘어도 깜깜한 하늘을 볼 수 없다. 너무 늦은 시간에는 돌아오는 기차가 없으니 중간에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 비가 내려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에 푹 젖은 길도 아름다웠다. 비가 개고 해가 비치는 풍경은 압권! 파란 바다 위로 무지개가 비쳤는데 정말 황홀했다. 색이 더 선명했다면 카메라에도 확실하게 담겼을텐데 기억 속에만 남겼다.

아침식사:)

애버딘 시내 거리에서.

애버딘은 지하철이 없는데 영국 지하철 표지판이 있어서 신기했다.

애버딘 기차역.

스코틀랜드 기차는 파란색.

스톤해븐에 내려서 마을을 걷다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 나올 법한 집.

한가로운 주말 오후에 햇살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날씨가 오락가락한 스코틀랜드. 우중충한 하늘과 바다.

패딩과 수영. 

돈으로 사야하는 여유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여유는 느낌이 참 다르다.

던노타 캐슬 가는 길.

그림같은 길. 사실 그림이다.

거짓말처럼 비구름이 가고 해가 나타났다.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스콭틀랜드 콜렉숀 1.

가까워 보이지만 엄청나게 먼 던노타 캐슬.

신비롭게 내리는 빛.

현재를 위해 희생한 누군가를 기리는 기념비.

누군가에게는 오르막, 어떤이에게는 내리막.

스콭틀랜드 콜렉숀 2.

스콭틀랜드 콜렉숀 3.

스톤해븐 해변가.

왼편은 맑은 하늘, 오른편은 우중충한 해변. 

애버딘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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