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베트남

나트랑 16일

박찬익 2016. 1. 14. 12:24

아무것도 안했는데 너무 지친 하루, 힘든 하루였다. 날이 덥기도 했지만, 여행와서 처음으로 좀 짜증이 많이 났다. 베트남 사람들의 일 처리 방식에 화가 나고, 더운 날씨에 지치고 진짜 별로였다.

달랏에서 호이안으로 이동하는 7시 버스를 타기 위해 조금은 일찍 일어나서 짐을 꾸렸다. 7시 반쯤 버스가 왔다. 슬리핑 버스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미니버스였다. 어제 버스를 예약할 때는 같은 버스라고 하셨는데, 버스 회사는 같지만 다른 버스였다. 소통이 잘 안됐다. 그 버스를 타고 험난한 여정을 떠났다. 중간에 나트랑을 경유해서 쉬다가, 저녁 7시에 호이안으로 가는 슬리핑 버스를 다시 탔다.

여러 버스 회사가 있었는데, 조금 더 비교해보고 처음에 골랐던 버스회사에서 탈 걸 이라는 후회가 가득했다. 그 버스는 슬리핑 버스였고 갈아타는 불편함도 없었고, 좌석도 자기가 지정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가격도 더 저렴했다. 하지만 난 귀찮기도 했고, 호스텔 사장님이 꽤 괜찮다는 이유로 그냥 예약했는데, 완전 별로였다. 일단 예약이 확실하게 되지 않았다. 달랏에서 나트랑까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버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내 예약이 잘 안됐었나보다. 거기 직원이 확인해볼테니 짐을 여기에 두고 7시에 버스 떠나니까 6시 정도에 오라고 말했다. 나는 그 직원이 처리할 줄 알고 믿고 사무실을 나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6시에 가니까 그제서야 다시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는 1층을 원했고, 호스텔에서 예약할 때도 사장님이 분명히 1층이라고 말해줬다. 호언장담하면서. 그런데 실상은 예약제가 아니라 그냥 선착순이었다. 결국 나는 2층에 맨 끝자리였다. 처음부터 말이라도 해주지 자기만 믿으라는 식으로 말한 사장님도, 여행사 직원도 미워졌다. 내가 덜 꼼꼼해서 생긴 일이기도 하니 앞으로는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트랑은 조금 밖에 못봤지만 너무 예쁜 곳이었다. 특히 해변이 너무 아름다웠다. 처음에 도착해서는 해변에 갔다가 너무 더워서 잘 돌아다니지 못하고 식당이랑 카페에만 있었다. 점심으로 일식을 먹었는데, 더위 탓인지 입맛이 없어서 맛있게 먹지 못했다. 가격에 비해 만족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카페에 갔다. 에어컨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베트남은 에어컨이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전력이 약해서인지,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그런건지 몰라도 선풍기가 있거나 그조차 없는 곳이 많다. 그런데 그 카페는 너무 시원했다. 음료도 맛있었다. 더위를 식히고 이른 저녁을 먹고 해변을 거닐었다. 오래 머물렀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서양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러시아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 곳곳에 러시아어 간판이 많았다. 심지어 메뉴는 영어보다 러시아로 써있는 곳도 많았다. 예쁜 해변에 예쁜 사람들까지, 거기에 석양까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해변을 뒤로 하고 버스 사무실로 갔더니, 나는 맨 뒷자리가 되었고, 그렇게 짜증이 났었다. 그래도 뭐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짜증을 내어 무엇하나. 내 속만 상할뿐이지. 금새 괜찮아졌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다보니 버스를 탔다. 별로 안탈것 같던 버스는 어느새 꽉 찼다. 그래도 생각보다 덜 흔들려서 다행이었다. 가는 동안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좀 보다가 휴게소에 도착했다. 잠시 화장실만 들리는 것이었다. 정말 잠시. 10분도 안됐던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가다가 진짜 휴게소에 들렸는데, 여기서 끔찍한 것을 보았다. 뻥 안치고 손바닥만한 바퀴벌레가. 진짜 깜짝놀랐다. 정말 놀랐다. 어떻게 버스에 바퀴벌레가 있을 수 있는지. 기차는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슬리핑 버스에서 바퀴벌레를 본 것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것도 두마리나. 분명 더 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열시간은 남았는데, 과연 잘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1. 뜨거운 햇볕, 그 아래 그늘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나의 그늘은 어디있을까?


2. 휴양지라는 느낌을 줬던 파라솔. 한국에도 이런거 있으면 간지나겠다.


3. 해변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카페.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는다.


4.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5. 딸과 함께하는 아빠가 너무 행복해보였다.


6.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구름


7. 전망 좋은 호텔에서 내가 묵을 날이 있을까?


8. 이땐 몰랐다. 이 버스가 얼마나 무서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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