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베트남

달랏 14일

박찬익 2016. 1. 12. 16:25

무이네에서 달랏으로! 

열시반쯤 일어나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침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과일과 커피를 챙겨주셨다. 감사히 먹고 끼니를 해결하던 옆집으로 갔다..ㅋㅋ 언제나 먹던 볶음밥을 또 먹고 달랏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대형버스인줄 알고있었는데 미니버스였다. 달랏으로 가는 버스는 거의 다 미니버스였다. 

네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멀고 먼 여정이었다. 아직까지 멀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이때는 멀미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이 뭔지는 모르지만서도. 가다가 두어번 정도 쉰 것 같다. 휴게소에서 소도 만나고 돼지도 만나고 개도 만나고 닭도 만났다. 다들 산 속에서 사나보다.

이렇게 높은 산에 올라온 것은 오랜만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산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땐 너무나 지겨웠던 풍경이었는데, 가고싶다고 갈 수 없는 그곳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 높은 곳에 드문드문 집들이 있었다. 이렇게 멋진 자연 속에서 사는 건 어떤 삶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경제활동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자급자족하며 사는 것이 하나의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태어나, 여기서 사는 이 사람들은 '선택'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내가 하는 선택과 이 사람들의 선택은 무엇이 다를지 궁금했다. 나는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잘 '선택'하는 방법에 노출된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이 보여져서, 혹은 많이 보아와서 누군가가 만든 기준에 자기를 비교하면서부터 불행이 오는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잘 선택할까를 고민하는 내가 혼란스럽다.

돌아가면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다. 지금 있는 책도 다 못읽었는데...욕심만 너무 많은 것 같다. 어서 빨리 읽어야겠다. 가다가 잠시 차가 멈췄다. 소들이 지나간다.  왠지 모르게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봐도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달랏에 도착했다. 달랏은 1500m의 고산지대라고 한다. 산 속에 이런 도시가 있다니! 버스에서 보는 풍경이 참 예뻤다. 버스에서 내려서 숙소까지 걸으면서도 지금까지 베트남과는 다른 분위기에 살짝 들떴다. 짐을 풀고 나와서 밥을 먹기로 했다. 주변에 맛있다는 쌀국수 집이 있어서 한그릇 했다. 역시 다른 지역이랑 맛이 좀 달랐다. 약간 더 한국에서 먹는 것 같은 쌀국수 맛이었다. 바로 앞에는 한국인에게 많이 알려져있는 커피집도 있었다. 쌀국수를 먹고 달랏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특별한 관광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달랏의 집모양, 활기찬 사람들, 시원한 공기, 무엇보다 경적을 덜 눌렀다. 너무 좋았다.

중심에 롯데리아가 있어서 햄버거랑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호수 주변에서 산책을 했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이 더러워보였는데 고기가 많이 사나보다. 생각보다 호수가 많이 컸다. 한바퀴 돌려다가 포기하고 달랏 시장으로 갔다. 야시장을 열어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확실히 활기찼다. 젊은 사람들도 많았고, 버스킹 아닌 버스킹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기차 놀이를 하는 사람도 봤다. 달랏의 홍대라고나 할까?ㅋㅋㅋ

시장 구경을 하다가 유명하다는 커피집으로 갔다. 커피는 안마시기 때문에 스무디를 시켰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분위기였다. 편안했다. 베트남 같지 않은 곳이었다. 이것도 베트남의 한 부분일텐데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다음 일정을 생각했다. 생각보다 달랏이 좋아서 좀 더 머무를까 고민이 됐다. 다음 일정을 다낭이라는 도시로 갈지, 호이안으로 갈지 결정을 못해서 계속 고민했다. 결국 결정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신기하게 여기 카페는 영수증을 포스트잇에 적어준다. 그림까지 그려서! 네이버에 찾아보니까 사람마다 다른 영수증을 주는 것 같다. 마음이 느껴지는 카페여서 기분이 좋았다.

숙소는 12인실이었다. 화장실은 3개가 있었고, 묵고 있는 손님들도 나를 포함해서 4명?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한국인 할아버지가 계셨다. 혼자 여행중이셨는데, 원래는 친구분들끼리 여행을 하다가 의견이 안맞아서 갈라지셨다고 한다. 꽤 연로하신 할아버지였는데 열정이 대단하셨다. 혼자서 이곳저곳 많이 걸어다니셨다. 나도 저 나이가 됐을 때, 더 멋있는 노인이 됐으면 좋겠다. 대화를 조금 나누고 사진을 정리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언제일까?


1. 아기 돼지들이 쓰레기를 먹는다. 아무거나 잘 먹는 돼지가 문제인지, 이렇게 만든 사람이 문제인지.


2. 솜사탕처럼 금붕어를 판다. 솜붕어


3. 달랏의 중심지. 베트남 사람들이 저기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4. 호숫가에서 바라본 건너편. Hello, can you hear me?


5. 눈이 가려진 말. 발이 묶인 말. 그래도 듣는 것은 가능한 말.


6. 롯데리아 앞에서. 여기 사람들은 겨울이다.


7. 삐친 할머니


8. 회식? 엠티?를 하는 듯 보이는 사람들


9. 달랏 시장에서. 팔찌 장인 아주머니. 


10. 진열된 청바지들. 


11. 기분 좋았던 카페. 내 키는 얼마나 자랐을까?


12. 베트남의 풍경을 알 수 있는 그림


13. 전구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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