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일본

교토 4일, こんにちは

박찬익 2017. 2. 1. 17:10

(늦은 여행기)

(독일에서 쓰는 여행기)

지난 기억을 다시 꺼낸다. 

그날 그날 정리하다가 하루 밀리면 이 지경에 이른다. 이러다가 결국 포기하는 나였는데, 

올해는 미루지 말고 설령 미뤘더라도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 조금 가까워지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 날은 간 밤에 내린 비로 땅이 젖어있었다. 후시미이나리를 방문하려고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일찍 가야 사람이 적다길래.

그런데 실패했다. 일찍 나왔는데도 사람이 바글바글. 그리고 너무 관광지 느낌이었다. 

관광지를 찾아가면서 관광지가 아니길 바라는 나도 참 모순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아뿔사! 급하게 나오느라 필름카메라를 두고왔다. 교토에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해서 꼭 챙겨와야 했는데.

그래서 후시미이나리에서 조금 빨리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서 카메라를 챙기고 점심을 먹고 금각사를 다녀왔다.

전에 교토를 여행할 때 머물던 곳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각사 대신 은각사를 갔었는데, 이번에는 은각사 대신 금각사를 갔다.

다음에 교토를 간다면 은각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쁘긴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가 사람 많고 붐비는 곳을 싫어하나보다. 정원인데 쫓겨서 움직여야 하는 내가 싫었다. 은각사처럼 조용히 쉴 수 있는 정원이 아니었다.

그래도 금각사를 둘러볼 때 해가 반겨줘서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갑자기 비,눈이 내렸다. 변덕스러운 날씨도 기분 좋은 교토. 음,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참이다.

누군가는 이 날씨가 끔찍하게 싫었을 수도 있을테니까. 나에게는 행복했던 기억만 남았다.

금각사에서 청수사(기요미즈데라)로 이동했다. 핸드폰에 의지하지 않는 멍청한 내 스타일 덕분에 추위에 조금 떤 몸에게 미안하지만 그 마저도 즐거웠다.

어떻게 가야하는지 정보도 없이 다녀서 큰일이다. 혼자서는 괜찮지만 누가 있다면 참 고생시킬 스타일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타인, 남의 여행 일정은 참 잘 짜준다. 그런 일을 하기도 했었고, 그 일을 하는 나를 사랑했었다. 내 경우는 제외하고.

누가 내 여행 뿐만 아니라 인생도 조금 계획해주면 참 좋겠다. 

예전에는 무계획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계획도 필요하구나를 조금씩 느낀다. 

늙었다는 증거인가?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적어야겠다.

그래도 여전히 내일을 준비만 하다가 끝나는 하루보다는 실패해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는 오늘이 더 값지다.

기요미즈데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라가는 길에 사고싶은 악세사리, 소품, 그릇, 인형 등 정말 많았는데 유혹을 모두 뿌리쳤다. 

기요미즈데라는 전에 입장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냥 눈으로만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입장료를 내지 않고 입장하게 됐다.

이 부분은 편법이거나 얌체일 수 있으니까 나만 알고 있어야겠다.

그리고 저녁에 후시미이나리를 다시 갔다. 좀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정말 없었다. 극기체험 하는 기분이 났지만 즐거웠다.

어리숙하고 실수 가득한 하루였는데 즐거운 기억만 남았다.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데 스피커에서 '왜 이 세상은 이별이 이리도 많은지~' 엠씨더맥스 노래가 나온다.

어떤 기억은 잊지 않아도 행복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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