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일본

교토 2일, いってきます

박찬익 2017. 1. 19. 18:04

[푸를 봄]

"비올 것 같다." 

방금 읽은 책의 구절처럼 날이 흐리다.  비 오는 교토는 저번에 만났으니 이번에 비는 피하고 싶었는데. 푸르다는 형용사는 나에게 어울리는 글자가 아닌가보다. 그래도 어제 날이 맑았으니 괜찮다.

느즈막하니 일어나서 식빵에 딸기 잼을 발라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코타츠에 다리를 숨긴채 책을 본 시간은 생각하지 못한 행운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 잘생긴 서양 남자가 토스트, 커피, 요거트를 가지고 옆으로 와서 우아하게 먹기 시작한다. 책을 더 읽고 싶었는데 서양 남자랑 인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어색하면서도 쉬운 인사를 건낸다. "HI". 이어폰을 빼고 인사를 받아주는 잘생긴 이 친구는 다비드, 독일에 산다. 독일이라고 하니까 다른 나라보다 더 반가운 마음에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쩌지. 짧지만 할 수 있는 말을 모조리 생각해서 영어대신 독일어로! 일본에서 독일어로 말하니까 갑자기 우쭐한 기분이 든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소통의 아이콘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는다. 그리고 각자의 여행을 떠난다. 같이 갈 수도 있지만 나는 오늘 아라시야마를 가는데, 다비드는 어제 다녀왔다고 한다. 원숭이를 꼭 보고 오라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 어떻게 선함이 느껴질까? 잠깐 만난 사이지만 다비드는 좋은 사람이다.

아라시야마는 내가 지내는 숙소에서 전철로 20분정도 걸린다. 아라시야마로 가는 기분이 덜컹거리는 한 량의 노면전차처럼 흔들린다. 좋다는 표현이다. 이 바람 저 바람에 흔들리는 청춘이 꼭 나쁘지 않은 것 처럼. 작은 전차안에 탄 이방인을 바라보는 궁금한 시선도 즐기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다양한 색이 있는 아라시야마행 노면 전차. 전차들을 모아서 사진찍으면 참 예쁘겠다.


아라시야마 역이 종착역인데 그 전 정거장에서 내려서 걸어가기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아름다운 골목, 사람들, 시바견을 만나서 기분 좋았다. 그리고 교토는 날이 흐렸는데 여기는 너무 맑았다. 아라시야마랑 잘 어울리는 タクシー


강을 따라 걷는 길이 참 아름답다. 벚나무가 심겨있어서 봄에 오면 정말 황홀 그 자체일 듯 하다. 그치만 겨울에도 좋다. 토게츠교.


토케츠 카페인가? 그러고보니까 내가 머무는 숙소 이름도 토게츠! 운명인것인가!


아라시야마 역과 토게츠 다리 사이의 거리가 참 예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은데 자전거 도로는 많이 못봤다. 유럽의 도로 시스템이 상당히 좋구나 생각했다. 그나저나 할아버지 간지.


일본 만화책에서 많이 보던 교복에 반가워서 그만 셔터를 몰래 눌렀다. 아노, 스미마셍


어딘지 모르는 골목을 지나다가 영화같은 장면에 한 컷 남겼다. 이 골목을 지나가면 고로케 집이 있는데 100엔에 맛도 좋다. 추천해주고 싶은데 위치도 이름도 몰라서 스미마셍. 아! 정육점이랑 같이 있는 고로케 집이다.


London Books. 골목 끝에는 중고 서점이 있다. 작은 시골마을에 엄청난 책방이 있는 아라시야마 주민들은 행복할 것이다.


DALI. 전에 달리 전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 만나니 반가워서 찰칵. 읽고 싶지만 그림만 봤다.


유심히 책을 보시는 할아버지. 스고이데스네:)


포카리스웨트 저리가라는 일본의 청량함. 한국 페인트로는 왜 이런 색이 안나올까 혼자 매우 심각해졌다.


계획이 없는 스타일이라서 맛집 검색을 잘 안하는데 아라시야마에서는 검색해서 찾아갔다. 그런데 역시나. 내가 찾아서 간 식당은 대부분 장사를 안한다. 목요일이 정기 휴일이라니. 매우 슬펐다. 이렇게 또 계획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오오츠카는 서양인에게 인기가 많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정보를 찾기 힘들고 트립어드바이저를 찾으면 더 쉬운데! 난 못먹어봤다. 영업시간이 11:00~14:30분이니까 가려면 얼른얼른 고고!


한 번쯤은 타보고 싶지만 도저히 용기나 안나서 타지 않는 인력거. 돈 많이 벌어서 타야지!


아라시야마에 있는 대나무 숲! 개인적으로 죽녹원이 훨씬 좋다.


2017년은 대나무처럼 곧게 곧게 뻗자! 쭉쭉!


밤에도 환상적인 토게츠 교. 달려오는 버스가 도와준 사진. 강바람이 조금 차가웠지만 기분은 좋다.


다리 끝에 오르골 가게가 있는데 정말 정말 예쁘다. 오르골을 좋아해서 그렇겠지만. 모두 다 데려오고 싶지만 현금이 없어서 잘 참았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라니! 역시나 현금이 없어서 잘 참았다!


아름답고 황홀한 아라시야마도 좋지만 속을 알 수 없는 까만 강도 별도 보이지 않는 까만 하늘도 그 속에서 작게 빛나는 아라시야마도 참 좋다.


아라시야마 역에 있는 기모노 숲!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커플들.


아라시야마 역. 하루 종일 아라시야마를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잇 도죠 혹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하는 일본 아자씨.


숙소 앞에 오이시하다는 카페. 내일은 여기 가서 티 한 잔 해야겠다. 내일 할일 하니까 생각난 사실! 오늘 귤을 사왔어야 하는데 깜빡했다.


한적한 동네 사이인.


라멘 맛집. 진라이! 맛집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경험은 주관적이니까! 숙소 길 건너편에 있어서 갔는데 완전 취향 저격이다. 내 생각에 일본스러움의 맞춤형이랄까. 거의 베스트에 손 꼽을 만큼 분위기, 맛, 가격 모두 흡족했다. 친절은 기본 서비스!


속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일하는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가지고 있는 진라이!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늦은 시간, 홀로 먹는 저녁이 익숙해지는 일. 남의 일이 아니기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를 지칭하는 푸르른 봄은 언제부터 우리가 가장 꿈꾸는 때가 되어버렸다.


조만간 다시 올게! 또 만나자!


숙소 옆에 분위기 좋아보이는 바! 아직 도전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가봐야겠다. 내일은 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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