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베를린으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박찬익 2016. 11. 4. 16:49

안녕! 나는 하늘위를 누비는 중이야! 자다가 방송에 깼어. 십분 전까지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어. 방송까지 해주는 걸 보니 일몰이 정말 아름다웠나봐. 해는 내 왼편에서 졌는데 아쉽게도 내가 앉은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어. 나는 오른쪽 창가에 앉아서 붉은 하늘 대신 보랏빛 하늘을 봤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그라데이션이 예술이었어. 정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하늘을 보면서 너를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내 아래로는 이름 모를 산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어. 어딘지는 모르지만 정말 멋지고 놀라워! 저곳을 내가 발로 밟아볼 날이 올까? 어딘지도 모르는데 가고 싶다는 막연한 바램 혹은 상상이 참 우습다. 꼭 우리랑 닮은 듯 해. 실컷 하나님 나라를 떠들면서 정작 가본 사람은 없는 우리처럼말야. 어쩌면 나는 헛된 망상에 홀려 있는 건 아닐까? 텍스트에 있는 세상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보이는 세상에 둘러 쌓여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말하기가 참 쉽지 않다. 누군가 전에 나한테 그랬어. 예수님은 더 나은 세상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야. 그런데 나는 절대 동의 못해. 분명하게 예수님이 전한 하나님 나라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었어. 현시대에 살지만 오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일, 자연이 자연다워지는 일로 부름받았기 때문에 교회가 이 일에 힘썼다면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을텐데. 에이 재미없다. 편지가 다른 길로 샜어. 미안 말이 많다!


스페인에서의 여행은 정말 여유로웠어. 평소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갔는데 이번에는 못갔어. 안간건지도 몰라. 그러고보니 대만이랑 비슷하다. 바르셀로나는 타이베이랑 건물 구조도 비슷하고 색도 비슷한 느낌이야. 붉은 벽돌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 낡은 건물들. 아마 뜨거운 여름에 왔다면 정말 똑같다고 느꼈을지도 몰라.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11월에 서핑을 하고 해수욕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겠니? 상상할 수 있다면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게 될거야. 


높은 곳에서 보는 바르셀로나는 끝내주게 아름다웠고 주황으로 빛나는 도시는 로맨틱했어. 벙커에서 먹은 치킨은 미친 맛 개존맛이야. 그래도 한강만큼 좋지는 않더라. 남산만큼 황홀하지도 않았어. 서울은 정말 좋은 도시야! 아- 닭발 먹고싶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독일어에 대한 자신감이야. 완벽하지 않지만 소통하는 즐거움이 정말 대단해! 돌아가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겠어.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족이 참 좋다는 사실! 내 소울메이트였는데 친척동생과 헤어지는 순간에 뭔가 뭉클하더라. 그녀석 참 노답이거든. 앞으로 잘 지내려나 모르겠다. 다른 가족들과도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항상 잘 맞을 수는 없지. 같이 있으면 당연히 부딪히고 싸우고 미워하게 되자나. 그래도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거기서 사랑이 시작하고 완성되는게 아닐까? 

너와 내가 색은 다르지만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 시간을 잘 견뎌내면 우리가 있는 공간이 정말 아름답게 빛날거야. 그래서 너와 나는 가족이어야해. 말로만 가족이 아니라, 참 가족! 사실 이미 가족이지. 더 부딪히고 터지자. 터지고 찢어진 곳을 싸매고 꿰매면서 너와 내가 명백하게 부당한 세상 속에서 정의가 상상속에 있는 허울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자. 그래서 다들 불행에 물들어 있고 중독된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이 의미있는 것이 되도록 하자. 힘들겠지만, 오래걸리겠지만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니. 사랑받는 존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오잉. 어느새 도착했나봐. 귀가 먹먹해. 나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 안뇽-
그를 닮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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