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베트남

하노이 3일

박찬익 2016. 1. 1. 10:18

일기로 하루의 마무리를 하려 했건만...어제 너무나 피곤해서 오자마자 뻗었다.

밍기적거리며 일어나서 쌀국수 한 그릇 하고, 숙소를 옮겼다. 대충 배낭을 던져놓고 나와서 호안끼엠 호수에서 산책하다가 호아로 수용소를 갔다.

근처에서 점심으로 반꾸온?이랑 닭고기 덮밥을 먹었는데 반꾸온은 냄시가 별로였다. 향이 너무 강했다. 언제 적응될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는 하노이 역에 가서 훼로 가는 야간기차를 예약했다. 번호표가 있긴 있는데 새치기 쩐다. 그냥 막 들어와서 짜증이 날 뻔 했지만 이 나라 문화겠거니 생각했다.

기차를 예매하고 호치민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분짜를 먹었다. 길거리에서 먹는게 제일 싸고 맛나는 것 같다.

가는 길에 문묘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완전 두꺼운 가로수들을 지나고 지나 호치민 시신이 고대로 보존되어 있는 그 곳에 도착했지만! 

내가 도착한 시간은 4시가 넘어서 시신을 볼 순 없었다. 4시까지, 하루에 5시간 밖에 개방을 안한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광장 보도블럭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서호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하노이에서 제일 큰 호수라는데 진짜 바다 같았다. 물고기가 짱짱 많았다. 그리고 물 속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수상극장에 가야해서 호안끼엠으로 돌아왔다. 다시 걸어오려고 했는데, 너무 지친나머지 버스를 탔다. 

만원버스는 진짜 지옥이었다. 그런데 더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에서 신년 셀레브레이션을 하는데...압사당할 뻔 했다. 쿵쾅거리는 EDM, 사방에서 미는 사람들 때문에 진심으로 압사당할 뻔 했다. 

질서없던 그 상황에 조금 화가났다. 다들 소리지르고 춤추고 난리.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려고 했지만 사람에 지쳐서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역시 새해 맞이는 어디 안가고 조용히 보내는게 짱이다.

어제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아이폰 건강앱으로 보니 거의 20키로는 걸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호아로 수용소였다. 프랑스 식민시절 지어진 건물인데 베트남 독립투사들의 감옥이었다.

감옥이라 당연히 그렇겠지만 시설은 물론 너무 환경이 열악했다.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없던 곳,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그들은 감내했을 것이다.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반대하고 저항하던 베트남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감옥답게 분위기가 무거웠다. 남자,여자 할 것 없이 나라를 위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나 있었다.

나중에 자유를 찾았을 때, 올바른 목소리 대신 절충하고 타협했던 목소리는 사라졌다.

당시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절이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을 때 그들은 역사의 심판대에 올랐다.

계속해서 우리의 역사가 떠올랐다. 우리는 시대와 정황에 타협해 올바른 심판을 하지 못했고, 지금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 앞으로 이것은 더 참혹한 일들을 불러올 것이다.

서대문 형무소와 오버랩되면서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있었다. 끔찍하고 무서웠다. 슬펐고 분노가 올라왔다.

일본만큼 가혹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일들 이었다.

그만큼 일본이 대한민국에게 한 짓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참을 수 없는 일이고 이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피해자와 상관없는 용서와 화해가 꼭 어디의 무엇과 닮았다. 뻔뻔하기 그지 없는 만행들이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혹시 나도 이런 뻔뻔한 사람은 아닌지 돌아본다. 분명히 용서받아야 할 일들이 있다. 부끄러워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역사의 심판대에 설 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바라보기 위해 애쓰고 또 애쓰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고 생명을 빼앗기까지 한다. 병신년 새해에는 이런 병신같은 일들이 안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NEVER FORGET

1. 안깔려죽는게 신기


2. 베드로야 걸어라


3. 낚시는 깊은 곳에서 해야한단다


4. 군형을 잘잡으시는 할머니


5. 위로하고 기억하자


6. 수많은 머리, 하나의 생각


7. 제대로 보기 위해 더 높이


8. 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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