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대만

[대만여행]타이베이 3일

박찬익 2016. 7. 2. 12:32

내가 생각했던 여행은 그냥 조용한 밤바람에 귀를 기울이고 은은히 들어오는 별빛을 감상하는 것이었는데 밤바람까지 맞다가는 성질나서 죽겠다. 

깊은 밤이 되면 좀 나을 줄 알았건만 여전히 습하고 더운 이 대만에서 낭만은 기대할 수 없다! 아마도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봐. 안녕 대만아. 여름에 동남아는 여행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다짐하고 도장도 찍었다. 

오늘은 타이베이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스펀이랑 지우펀에 다녀왔다. 한국의 티머니 같은 이지카드도 만들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지하철은 정말 깨끗하고 시원했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걸어다녔던 지난 날은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근데 오늘 멍청한 짓을 한번 더 해버렸다. 등산 아닌 등산을 두번 씩이나 했다. 스펀에서, 그리고 지우펀에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린 적이 요 몇년간 없었는데, 오늘 하루는 군인이 된 것 같았다. 

대부분 택시투어를 하던데 왜 하는지 알 것 같은 하루였다. 가난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그래도 전철로 왔다 갔다 하면서 기분은 좋았다. 바깥 풍경이 특히 하늘이 정말 예뻤다.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몸은 대만에 있지만 마음은 일본에 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 가고싶다. 

그래서 저녁은 일식을 먹었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개이득. 근데 일식도 대만 음식처럼 느끼해서 금방 배가 불렀다. 우동세트가 나왔는데 우동을 조금 남겼다. 지금 생각난다. 새우튀김 먹고싶다.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해서 맥락 없이 뒤죽박죽 생각나는대로 적는다. 지금 안적으면 기억을 잃을것 같아서. 오늘도 역시나 느즈막하게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붕 뜬 머리를 선풍기바람에 대충 누르고는 거의 열두시가 다 되어서 집을 나섰다.

집은 따안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스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갔다. 가서 이지카드를 구매했는데 친절하게도 한국어가 있었다. 100원주고 카드를 구입하고 500원을 충전했다. 빨간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타이베이역으로 갔다.

타이베이에서 스펀으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중간에 루이팡역에서 갈아타야 한다. 루이팡으로 가는 기차티켓을 사야되는 줄 알고 티켓팅을 할라구 했는데 이지카드가 카드 발매기에서 먹통이었다. 이지카드로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걸로 할라고 했는데 도무지 안돼서 현금으로 할라고 했는데 어떤 친절한 아저씨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 아저씨는 자꾸 내 주변을 맴돌고 이리저리 따라다니던 아저씨였는데 헤매는 나를 도와주신 착한 분이었다. 기차는 보통 전철을 타듯이 카드를 찍고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다. 아저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돈이 더 들뻔했다! 아저씨는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내가 잘 가는지 확인한 후에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대만 사람 좋다:)

기차는 전철같았다. 특히 일본 전철을 탄 느낌이랄까. 대만에 있지만 일본에 온 것 같았다. 

기차로 한 사십분 정도, 그리고 루이팡역에서 삼십분 정도 가서 스펀에 도착했다. 사람이 어마어마 하게 많았던 스펀! 덥고 습하고 사람까지 많아서 좀 별로였다. 사람 많은 곳은 시원한 곳도 싫어하는데 덥기까지 하니깐 진짜 힘들었다.

모두들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리고 있었다. 한국인 가게도 있었다. 기차 선로에서 사진도 찍고 풍등도 날리는 사람들을 보니 잠깐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아주 잠깐! 더운 것과 습한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기차 선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가게들이 쭉 늘어섰다. 적당한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른 가게들은 영어나 한국어 설명이 있는데 내가 찾아간 곳은 신기하게 중국어만 있었다. 심지어 외국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심.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가는 곳이...운명인가보다!

점심을 먹고 망고빙수도 먹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다. 그리고 폭포를 보러 갔는데 후회를 많이 했다. 정말 너무 더웠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많이 와서 꼭 보고 가야했다. 생각보다 경이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이 끔찍하게 두려웠지만 어지저찌 잘 돌아왔다. 또 다짐하고 다짐했다. 여름에는 다시는 대만에 오지 않기로!

스펀에서 지친 마음을 가다듬고 지우펀으로 이동했다. 루이팡으로 돌아와 지우펀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지우펀은 산 위에 있는 동네였다.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되었던 그 마을! 홍등이 참 매력적으로 예뻤다. 그래도 베트남 호이안 만큼은 아니었다. 호이안이 분위기도 좋고 한적하고 덥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아서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데, 대만은 너무 너무 덥고 습하다. 특히나 그 좁은 계단 골목에 정말 많은 사람들은 꽤 끔찍했다.

그래도 그것들을 견뎌낼 만큼 정말 아름다웠다. 분위기도 끝내줬다. 분위기에 휩쓸려 기념품도 구매했다. 내가 기념품을 구매할 줄이야.

지우펀에서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길은 반대로만 하면 된다. 계단을 쭉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루이팡역에서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로 돌아온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타이베이 가시냐고, 함께 택시타고 가자고 했는데 거절을 해버렸다. 내 옆에는 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고, 우리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저렴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근데 버스를 타도 금방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우리가 버스 기다릴 때, 택시를 타고 내려간 사람들이 있었다. 근데 같은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에 왔다. 택시가 좀 더 편할 수 있겠지만, 저렴한 버스를 이용합시다!

오늘도 습하고 더운 하루였다.

오늘 여행은 뭔가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 났다. 처음에만...
사진은 최대한 조금만 찍자고 다짐했는데 참 내 마음 하나 지키기 쉽지 않다.


타이베이에서는 기차를 수동?으로 출발, 정차하는 것 같다. 문도 수동으로 열고 닫고. 삐삐삐 경보음이 울리고 곧 출발했다.


스펀역에는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굉장이 아주 많이. 덥고 습하고 사람도 많아서 짜증이 살짝 날 수 있었지만 잘 참았다. 기찻길에서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리는데 기차가 오면 잠시 비켜서 모두들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한다.


사람없는 곳을 찾으러 가는 도중에 고양이를 조우했다. 이 친구가 오른 발이 없는 고양이였다. 너무 불쌍했다. 이 동네는 고양이들이 정말 많다. 아예 고양이 마을도 있다. 그만큼 사람을 안무서워하는데 이 고양이는 사람을 무서워했다. 발이 없는게 사람이 원인이 아니길바랬다.


이 폭포 때문에 땀이 주룩주룩이었다. 뭐 대단한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그 의미는 나중에 한국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간드러지게 담배피는 할아버지. 폭풍 간지였는데 실력 부족으로 간지를 담을 수가 없다.

나도 소원을 적어서 날려보려고 했지만 워낙 자린고비라서 실패. 사실 저거 날릴려고 여기 왔는데 저렇게 날라간 풍등이 산 속에 떨어져 있었다. 나의 즐거움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무엇인가를 망가뜨리는 일이 된다면 그것은 하지 말아야겠다. 난 그냥 사람들이 날리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했다.


누군가의 소원들이 저 위로 날라간다. 하늘의 복이 함께하길!


스펀이 한자 표기로 십분이었다. 이런 간이역 느낌이 좋긴 한데 사람이 너무 많다. 한적한 동네를 찾아야겠다. 아 못찾겠다. 찾으려면 또 돌아다녀야 하니까. 더워서 실패.


기찻길에 오랜 시간동안 머물러있던 고양이. 정말 삐쩍 말라가지고 맘이 아팠다. 우리동네 고양이들은 너무 잘먹어서 더이상 고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인데 고양이 세계에도 빈익빈부익부가 존재했다.


지우펀으로 가는 버스에서 바깥을 봤는데 빛내림이 정말 멋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 만큼 멋있지만 않다. 눈으로 느끼는 감동을 사진으로도 느끼게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타이베이에서 교회를 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지우펀에서 교회를 봤다! 정말 반가웠다.그나저나 한국 사람 정말 많다. 타이베이에서 만난 사람 스펀에서 만나고 또 지우펀에서 만나고 집도 같이왔다. 이러다가 교회에서도 만날 판이다. 교회를 가지 말아야 하는건가.

지우펀 거리의 가게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붉은 조명이 참 매혹적이다.


와. 이 강아지들 정말 귀여웠다. 진짜 귀여웠다.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


홍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이 많았는데 이 때부터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메뉴를 읽을 수 없는 까막눈이라서 슬프다. 모르는게 당연한데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싫다. 그렇다고 중국어를 배울 용기는 없으니 조용히 있어야겠다.


너무 덥고 습하고 사람도 많아서 짜증나고 힘들었지만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잠깐 좀 괜찮아졌다. 홍등이 만들어주는 따뜻한 분위기처럼 우리 삶도 항상 따뜻하기를 바래본다.

좀 더 넓은 렌즈가 없는게 너무 아쉬웠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이 된 지우펀! 가오나시 대신 사람들만 드글드글.


예쁘긴 정말 예뻤다. 문제는 너무 덥고 습하고 사람 많고 또 많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 바빠서 앞으로 갈 수가 없다. 뒤에서는 밀고 앞에서는 막는 그런 상황이랄까. 에어컨이 고장난 만원 지하철이 딱이다.


정말 너무 예쁜 거리였다. 낮에 오면 볼 수 없을 그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갈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런데 좀 많이 힘들기는 했다.


홍등이 참 매력적이다. 베트남 호이안에서의 홍등도 정말 예뻤는데. 사실 거기가 더 예쁘긴 하다. 그렇지만 지우펀도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참 좋다.


등 하나에 내 마음을


등 둘에 너에게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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